PHASE 6 14장

연료 (4)






  아스파시아는 잠에서 깼다.


 휴대폰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진동이 탁자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휴대폰 화면을 켜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뭔가 터졌다는 것을.

 페리클레스 관련 소식은

 알림이 오게 해 두었으니.




 그녀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이 켜졌다.




 알림이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뉴스 속보

속보

속보

속보



 그녀는 하나를 눌렀다.

영상이 재생됐다.

흔들리는 화면.

경찰차.
사람들.
소음.

그리고 하얀 천.



아스파시아의 시선이 멈췄다.



화면이 흔들렸다.

창백한 손이 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장면을 한 번 더 봤다.




 영상이 바뀌었다. 

 뉴스 스튜디오. 


 앵커가 말하고 있었다.




유명 심리 유튜버 

페리클레스 씨가

오늘 새벽

자택 건물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스파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상이 계속 재생됐다.



최근 논란이 된 영상과

관련이 있는지

경찰이 조사 중입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댓글을 열었다.


 댓글은 이미

폭발하고 있었다.



"이거 아스파시아 때문 아님?" 


 "처음에 

저 여자 영상 보고

난리났잖아"


"책에 나오는 여자도 그 여자같음"


"살인자다"


 "사람 죽였다"


 "페리클레스 돌려내"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조회수. 리트윗.

공유. 분노. 슬픔. 증오.


 그 감정들이 마치

불처럼 퍼지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가만히 화면을 봤다.

  그녀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는구나.” 





세상이 뒤집히는 순간.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는 순간.


 그리고 군중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다.

 그렇게 보였다.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 속에서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사라졌다. 






 갑자기

 알림이 또 울렸다.



 새 기사였다.


 제목이 화면에 떴다.



 "페리클레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 아스파시아"





 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책상 쪽으로

급히 달려가다 멈췄다.


 지금 뭘 먼저 챙겨야 하는지

판단이 안 됐다.




그때 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쿵.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쿵.

쿵.




 “경찰입니다!” 




 아스파시아는

급하게 외장하드를 집어들었다가

문을 바라봤다.






어제 새벽,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걸지 않았다.

 걸 수 있었다.

 하지만 걸지 않았다.


대비도 하지 않았다.




혹여나 일어날,

어떤 가능성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걸 외면한 댓가를 치루는 거다.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




 “아스파시아 씨 맞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경찰이 말했다.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코트를 들었다.


그리고 단추를 채우고

밖으로 먼저 걸어 나갔다. 










승합차에서

 두 경찰에게 팔을 잡혀 내리는 순간,

 사방에서 셔터 소리가 들리고,

 번들거리는 눈을 한 기자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기자들은

이미 와 있었다.


 이건 이야기가 되는

사건이었다. 


 셔터 소리가

폭우처럼 터졌다. 




 페리클레스의 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살인자!”


“페리클레스 돌려내!”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근데 그 울음은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냥 자기 감정을 

쏟아내는 소리였다.


분노도 마찬가지였다.


방향이 없었다.
그냥 쏟아졌다.





 누군가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있었다.


 그 순간 전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 장면을

스크롤로 보고 있었다.





 플랫폼은

이 사건을 밀어 올렸다.




실시간 트렌드 1위 

#페리클레스 

#아스파시아





슬픔이 많으면 슬픔을,
분노가 많으면 분노를,

더 크게.
더 멀리.

확장했다.



 군중은 하나의 감정으로 묶였다. 

 슬픔 분노 증오 그 감정은

순식간에 같은 방향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스파시아가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 수백 개.

 눈 수천 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백만의 시선.



 그녀는 잠깐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페리클레스의 마지막 영상이

자동 재생되고 있었다.





 조회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느꼈다.



이 감정.

이 파동.

이 거대한 신경망.


 그녀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페리클레스도 나도

연료일 뿐.


불은 우리가 없어도 탄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완전히 먹히기 전에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찾아야 한다.





그 순간,
시야가 살짝 흔들렸다.



현실이 아니라,
파동이 먼저 보였다.



여기 모인 군중들이

만드는 집단 에너지,


에너지의 흐름.

속도.
방향.


그게 너무 선명해서,
잠깐 몸이 그 파동에

폭우를 맞은 듯 떨렸다.





 그녀는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이 주목받는 자리를

기획은 했지만,

 시나리오와 의상은

지금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었다.





 얼마나 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느냐,


 이 장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해소하느냐.


그들은 모든 에너지를

그곳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 장면에는
주인공이 없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먼지 냄새.
비릿한 피 냄새.
사람들의 체온과 땀.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살인자!"


소리가 꽂혔다.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아스파시아는 깨달았다.

이 감정들.

슬픔.
분노.
증오.



이건 방향이 없다.
그냥, 흐르고, 타오른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에
자기가 있다.




“…아.”



그녀의 입가가

아까보다 더 올라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악이라 정의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었다.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삼키는

더 거대한 뭔가가 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게 하나로 이어졌다.



“나구나.”



그녀는 속삭였다.



“지금,”




“내가 트리거야.”





그녀의 시야가

다시 흔들렸다.


현실이 아니라,
흐름이 보였다.



감정의 흐름.
속도.
증폭.

이걸 바꾸는 트리거.

지금 내 자리.

그녀가 평생 올라서려 했던.



몸이 떨렸다.

아스파시아는 그 흐름을,

껴안고 싶었다.


이제야 자신이 바라던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팔을 벌리려 했다.

하지만 두 경찰에게 붙들린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웃었다.
참지 못하고.



“나…”



숨이 섞였다.



“이제야…”



“여기 왔네.”



그녀는 알았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아니, 뭘 열었는지.



나는

그들의 적이 아니다.


나는 연료다.

그리고
그들조차 태워진다.




이 흐름을 

가시화하는 플랫폼은


판단도,
칭찬도,
단죄도 없이.



그저,
다음 영상을 추천했다.







그녀의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지만,


그녀의 감각은
이곳에 남겨져 있었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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