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4장
연료 (3)
그는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심장이 더
또렷하게 뛰었다.
규칙적으로.
너무 선명하게.
그 리듬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리고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소리가 먼저 나왔다.
그는 놀란 듯 숨을 삼켰다.
급하게 눈물을 닦았다.
괜찮아야 했다.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자기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의 몸은 버티지 못하고
손이 벽을 짚었다.
히끅—히끅,
딸꾹질처럼
경련이 올라왔다.
이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결국
엘리베이터 입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서 목놓아 울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게 좋았다.
특별한 존재라는 감각이 좋았다.
내 말 때문에 사람이 바뀐다.
내 말 때문에 삶이 달라진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언가가 조금씩 커졌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짧은 숨이 목구멍을
칼처럼 긁고 지나간다.
아팠다.
목구멍의 감각이
그가 외면하려던 것을
선명하게 일깨웠다.
내가 지키려는 것이
진심 같은게 아니라
커져버린 이 무언가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내 말 때문에
선택이 흐려진다,
내 말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한다.
이 무언가는,
진짜가 아니-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다.
입을 열었다.
"나는..."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은
지나치게 명료했다.
말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는 그 진실을 피하려는 듯
몸을 웅크렸다.
경련이 멈추지 않은 덕에,
횡격막이 뒤틀렸다.
숨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두 손으로 배를 붙잡았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차가웠다.
무언가가 무너졌다.
수십만 명.
자기 이름을 부르던 사람들.
그가 쌓은 왕국.
그게 그의 안에서
전부 소리 없이 무너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고통이 올라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처음 느껴 본 고통이었다.
…그래도.
아주 작게,
그는 생각했다.
내가 했던 말들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그걸 붙잡고
살아갈 수도 있으니까.
그는 그 생각을
끝까지 붙잡았다.
거의 필사적으로.
"…이건,"
지켜야 해.
그는 말을 맺을 수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무엇을 지키려는 건지.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도.
손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젖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그 문장이
머리 안에서 떠올랐다가
부서졌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건 알았다.
근데,
그게 전부였나?
그정도로,
난...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다.
입을 열었다.
"나는..."
소리가 안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진심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면,
왜인지 모르게
지금보다 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이미 알아본 사람이
독자 중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댓글은 그래서,
그렇게,
흐려진다고...
그 순간,
무언가가 찢어졌다.
찢어지면 안되는 곳에서.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그 말은 이미 늦은 말이었다.
이미 무언가에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금이 점점 벌어졌다.
가슴이 안쪽으로 무너진다.
마치 블랙홀이 뭔가를 빨아들이듯이,
안에서 심장이
쭉 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공기가 다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숨이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려는데
심장은 안으로 더 끌려갔다.
그는 몸을 더욱 웅크렸다.
두 손으로 가슴을 붙잡았다.
이 구멍을 막아보려고.
막히지 않았다.
이 고통 속에서
생각이 필사적으로
일어났다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것들이
나를 살리려 하고 있다.
그게 이상했다.
그리고 그 필사적 노력에
그는 슬픔을 느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제발,
나를,
아니,
내가 느낀 것만이라도,
그의 웅얼거림은
도움 요청인지,
기도인지,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때,
아스파시아가 떠올랐다.
그녀의 커피잔을 쥔 손.
"당신은 그렇지 않아요."
위안을 주던 목소리.
그리고—
전혀 다른 이미지가 겹쳐졌다.
그녀를 짓밟고 싶었다.
부수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손이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겹쳤다.
아스파시아는
더 늘어났다.
수십 명의 아스파시아가
그 안에서 충돌했다.
그녀들은 부서졌다.
그리고 그 잔해 사이에서
딱 하나가 남았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 말만.
그것만 남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조차
붙잡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엘레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났다.
모든 것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알았다.
드디어 도착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자리.
그는 옥상으로 걸어나갔다.
바람이 바로 얼굴을 때렸다.
차가웠다.
너무 선명해서 잠깐,
살아 있다는 감각이
먼저 올라왔다.
그는 한 발짝 걸어나갔다.
그리고 알았다.
선택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게를
이해한다고,
그 이해와 공감이 진심이라고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그걸,
지금 실감했다.
페리클레스는
신발을 벗었다.
난간 위에 올라섰다.
발바닥이 차가웠다.
그 감각이
이상하게 또렷했다.
아,
여기구나.
라는 감각.
그 순간,
정적이 왔다.
너무 조용해서,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아스파시아가 다시 떠올랐다.
아니,
떠오른 게 아니라
눈앞에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그를 비웃었다.
"고작 그게
당신의 방법인가요?"
그의 시야가 흔들렸다.
동시에,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작게.
'괜찮아.'
'내가 네 진심을 믿어.'
그 말.
자기가 했던 말이었다.
수없이.
그게 지금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그 말들의 무게를.
"…아."
그는 완전히 깨달았다.
자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이 기울었다.
그를 끌어당긴 것은,
자신이 했던 말들이었다.
뒤늦게,
무게를 가진 채로.
그에게 돌아온.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