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4장

연료 (2)





페리클레스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이 미세하게

계속 떨리고 있었다.


심장은 너무 빠르게 뛰고,

호흡은 자꾸 목 위에서 끊겼다.

짧은 숨을 이어가느라

몸이 경련하듯 튕긴다.




그는 더이상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선명했다.



지금의 자신과,
유튜버 페리클레스 사이에
무언가가 벌어져 있었다.



칼로 그은 것 같았다.
깊고,
정확하고,
돌이킬 수 없게.



그는 생각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준 것은

진심이었다.


내가 건넨 건 의미였다.
희망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러면,
지금 무너지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틀린 건가.
아니면 내가 아니었던 건가.



그는 눈을 감았다.

문장을 만들려 했다.
자기 자신을 설명하려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생각이 끊겼다.


다시.



나는…

사람들을…
사람들에게…
나는…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냥. 멈춰 있었다.














 카메라가 켜져 있다.

 삼각대. 노트북.


조명은 없었다.

모니터 빛만.



 그는 앉아 있었다. 

 한참을.



 처음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 번 더.



 "안녕하세요."



 그는 카메라를 봤다.


 렌즈 너머에

누가 있는지 몰랐다.


 그래도 말했다.




 "요즘 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는 거 알아요." 




 멈췄다.



 "저도 봤어요. 전부."







 "무서웠어요."



그 말이 나오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근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어요."





 숨을 들이쉬었다.





"제가 여러분한테 했던 말들이요."






 화면 밖에서

 댓글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그는 보지 않았다.



 "저는 진심으로 말했어요." 


" '괜찮아.' 

'내가 너를 믿어.'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나의 진심이 너를 지지할 거야.'"





잠깐의 침묵.

 



"그 말들이

진짜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늘." 





 그의 시선이 내려갔다.





 "그 말을 저한테 해보니까."




 아무 말도 안 됐다.





 "저한테는."






 "안 닿더라고요."






그는 카메라를 다시 봤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여러분한테는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는 안 닿는 말을."






 "제가."





 멈췄다.





 "수백만 번 했다는 게."





 댓글이 쏟아졌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왜 이러세요"

 "저는 그 말 덕분에 살았는데요"





 그는 그것들을 읽지 않았다.




"죄송해요."




 한 마디였다. 

 설명도 없이. 

 변명도 없이.




 "그냥 그 말 하고 싶었어요."





 영상이 끊겼다.



 업로드 시간.

새벽 5시 19분.




 조회수는 올라가고 있었다.


 페리클레스는

이미 서재를 나간 뒤였다.










이건 끝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건 마지막으로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내가 진심으로 해온 것들이

망가지기 전에,
내가 세상에 준 의미까지

함께 무너지기 전에,
무언가를 보존하는 일이라고.


그는 그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래도 몸은

먼저 일어났다.


거의 비틀거리듯 문으로 갔다.


손이 손잡이를 놓쳤다가

다시 잡았다.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한 번.



다시 눌렀다.


그리고 또 눌렀다.



문이 열릴 때까지
손가락이 버튼 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닫힘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그는 잠깐 벽에 기대 섰다.




 문이 닫혔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어 떨리는 손으로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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