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2장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3)


 카페는 조용했다. 

 늦은 저녁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창가 자리에는

노란 조명이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었다. 


 페리클레스는 이미 와 있었다. 

 그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잔은 거의 그대로였다.


 문이 열렸다. 

 아스파시아였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기다렸어요?”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마워요. 나와줘서.”




 아스파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잠깐 바라봤다.


 페리클레스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눈 밑이 조금 어두웠다.

 그는 한참 말을 하지 못했다.

 카페 안에서는 

 잔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페리클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영상 봤어요.”


 아스파시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잠깐. “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더라.” 


 페리클레스는

 웃으려고 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스파시아.”



 그는 천천히 말했다.




 “내가…”



 잠깐.



 “…정말 그런 사람이야?” 


 아스파시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깐 창밖을 봤다.

 차들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봤다.




“나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페리클레스의

어깨가 조금 풀렸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잠깐. “당신 말은 강해.”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바라봤다.

아스파시아는 차분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확신 있게 말하면

 기댈 수밖에 없어.” 



 잠깐. “특히 힘들 때는.” 



 페리클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스파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야.”



 잠깐. 



 “하지만 그걸 조심해야 하는 건 맞아.”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이 천천히 컵을 만졌다. “나는…” 그는 작게 말했다. 



 “…사람들 삶을 대신 살려고 한 적 없는데.” 



 아스파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조용해졌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알아.” 잠깐. “그래서 더 어려운 거야.” 



 그 말은

 페리클레스의 가슴에

 천천히 떨어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이 조금 어지러웠다. 



 카페 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잠깐 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아스파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짧게.




“쉬어.”



 그녀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카페 밖.

 밤 공기가 차가웠다.

 페리클레스는 잠깐 서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그를 바라봤다.



 “괜찮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페리클레스는 작게 웃었다.



“…그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리고 천천히 돌아섰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아스파시아는 그 뒷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체크리스트의

다음 항목을 체크했다.


업로드 준비 



 아스파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페리클레스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끝났네.” --- 



 그리고 그 밤 페리클레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페리클레스 집, 다음날 밤


아스파시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 시간 돼요?"



그는 물끄러미 

메시지를 보다 답했다.


"이번 주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봐요."


보내고 나서,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음에’라고 말한 것이.




이 선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 같았다.





아스파시아가

답장을 읽었다.


"다음 주에 봐요."


한참 봤다.


이 남자가

처음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게

그녀를 쫓는 것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게 불쾌하게도,

이상하게도 좋아 보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더 불쾌했다.



그녀는 답했다.



"알겠어요."






페리클레스 집, 그날 밤




그는 혼자 앉아서

새로운 글의 첫 줄을 썼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 아닌 걸

알게 될 때,"

"진짜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 문장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아스파시아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에 대한 것인지

그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는 계속 써내려갔다.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아스파시아 집, 늦은 밤


그녀는 다시
댓글창을 열었다.



"이 분 말 들으면

선택이 흐려진다."


좋아요 28,000.



그리고 그 아래.


"저는 이 분 말 들으면

오히려 제 생각이 선명해져요."



좋아요 3,200.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두 개의 흐름.
정반대.



이건 계획하지 않은 방향이었다.


그녀가 심은 씨앗이

다른 씨앗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른 씨앗은

그녀가 심지 않은 것이었다.


화면을 닫았다.





그녀는 그 안을 보려고 했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보고 싶었다.


노트를 펼쳤다.
씨앗은 심겼다.

하지만 어느 씨앗이

먼저 자랄지는 아직 모른다.





두 사람.
같은 밤.


한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들여다 보고 있었다.



때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기다림의 끝인지,
시작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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