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3장
내가 심지 않은 불 (2)
노트북을 열었다.
페리클레스 채널.
실시간 댓글.
오늘 Q&A 반박 영상이
클립으로 올라와 있었다.
업로드된 지 4시간.
조회수 340,000.
댓글이 흘렀다.
"저는 선생님이 오해받는 게
너무 억울해요"
"그 댓글 쓴 사람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 분 덕분에 삶이 바뀌었는데"
"선생님 계속 해주세요"
그리고 반대쪽.
"이 분 답변 보면서
오히려 더 이상하다 싶었음"
"방어적인 거 보면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선택이 흐려진다는 댓글
나도 공감함"
두 개의 흐름이
충돌하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그것을 봤다.
계산이 시작됐다.
비율. 속도.
어느 쪽이 더 오래 타는가.
어느 쪽이 먼저 꺼지는가.
어느 쪽이
먼저 피로해질 것인가.
숫자가 올라갔다.
실시간으로.
구독자 +2,100.
1분 사이에.
아스파시아 집, 세 시간 후
노트북 화면.
댓글이 흐른다.
아니, 쏟아진다.
속도를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구독자 +2,100.
+2,480.
+3,020.
숫자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튀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마우스를 놓았다.
그녀가 가계정으로
더 말을 얹지 않아도
이미 흐름은 굴러가고 있었다.
"이 사람 건드리지 마세요"
"진짜 건드리면 가만 안 있음"
"저 사람 욕하는 애들 계정
다 털어야 되는 거 아님?"
"이건 거의 종교네 ㅋㅋ"
"맞아 그래서 더 위험한 거지"
"저 그냥 신자 할게요"
"선생님 지켜야 한다"
"이건 공격이다"
그리고 반대쪽.
"이거 진짜 이상하다니까?"
"왜 다 똑같은 말만 하지?"
"이거 약간 가스라이팅 느낌인데?"
"소름 돋는다"
"나만 불편한 거 아니지?"
두 흐름이 부딪혔다.
아니,
섞이고 있었다.
옹호와 비난이라는,
대비되는 두 흐름의 구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스파시아는 그걸 봤다.
계산하려 했다.
비율.
속도.
피로도.
…안 잡혔다.
수식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구독자 +3,700.
+4,200.
읽는 순간에도
숫자가 바뀌었다.
"저번 강연 가신 분 있어요?"
"나 갔는데 울었어요"
"저도요 진짜 제 얘기 같았어요"
"이 사람 욕하는 애들 왜 이렇게 많음?"
"누가 일부러 건드리는 느낌인데"
아스파시아는
가계정의 댓글 입력창을 열었지만,
손은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그녀가 만든 게 아니었다.
심지 않았다.
유도하지 않았다.
설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커지고 있었다.
심장이 빨라졌다.
이건… 좋았다.
그리고 동시에 저 불이 탐났다.
그의 것보다 큰,
그를 먹고 자라는 더 큰 불.
동시에
오한이 닥쳤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보다 빠르게.
나는 불을 피우고 북을 쳤다.
사람들은 춤추고 있다.
그를 태워서
모닥불을 피우면,
그런데 이건
내가 기대한 춤은 아니야.
숨이 조금 가빠졌다.
손끝이 차가워진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이 댓글 하나로.
"진짜 이 사람 멈춰야 함"
"인스타에서 봤는데 전여친 폭력 제보 있음"
아스파시아가
그 글을 클릭했다.
익명 계정.
팔로워 23명. 게시물 1개.
"지인한테 들었는데
소리 지르고 물건 던졌다고 함"
좋아요 0.
댓글 1
"증거 있음?"
답글
"직접 본 사람 있다고 들었음"
아스파시아는 멍하니
그 화면을 바라봤다.
짧은 시간 내에
좋아요가 올라간다.
좋아요 2
5초.
좋아요 5
6초.
좋아요 11
이건 그녀가
심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다른 방향으로.
다른 방식으로.
그녀의 통제 밖에서.
다른 불을 키우고 있다.
심장이 다시 빨라졌다.
이번엔 다른 이유로.
진짜 루머인가. 아닌가.
둘 다일때 내가 쓸 수 있는 건 뭔가.
내가 모르는 흐름이 있나?
예상 못할 흐름이
내 계획을 망칠 가능성은?
페리클레스 심리는?
저것이 진짜였을 때
그리고 아닐 때.
각각 내가 컨트롤할 수 있나?
사람은 위기에 몰리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는 이 흐름 끝에
어떻게 되지?
이 불길이 어디까지 갈 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아스파시아는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페리클레스.
그의 이름이 화면 위에 떠 있다.
지금 전화하면
계획이 늦어질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먼저 올라왔다.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엄지손가락이 멈췄다.
그녀의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화마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직은 괜찮아.
통제 범위 안이야.
그녀는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노트북을 닫았다.
어둠 속에서 앉아 있었다.
이십 분 뒤
다시 접속했을 때
그 게시물은 삭제되어 있었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