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7장
낙하 전의 정적 (2)
레스토랑 앞 - 밤 8시 20분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Fiore Bianco'
발레파킹 서비스가 있다.
페리클레스가 차 키를 건넨다.
"예약하신 고객님 성함이요?"
"페리클레스요."
"아, 네. 확인했습니다.
2층 창가 자리 맞으시죠?"
"네."
디자이너 조명이 켜진 테이블.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인다.
페리클레스와
아스파시아가 앉아 있다.
메뉴판을 펼친다.
"뭐 드실래요?"
"음... 리소또
괜찮을 것 같은데요.
트러플 리소또요."
"저는 파스타."
웨이터가 온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트러플 리소또 하나,
까르보나라 하나요."
"음료는요?"
"와인... 괜찮아요?"
페리클레스가
아스파시아를 본다.
"좋아요."
"레드 와인으로
하우스 와인 두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간다.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본다.
"오늘 강연 어땠어요?
솔직하게요."
아스파시아는 잠시 생각한다.
"...진심이 느껴졌어요."
"진짜요?"
"네. 그리고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고요."
페리클레스는 미소 짓는다.
"...고마워요."
"뭐가요?"
"당신이 있어서요."
아스파시아는 멈춘다. "...저요?"
"네. 당신 없었으면
저 못 했을 거예요."
"그건..."
"진짜예요."
페리클레스는 진지하다.
"당신이 가르쳐준 거
다 쓰고 있어요.
설계하는 법. 운용하는 법. 선 넘는 법."
아스파시아는 그를 본다.
'...이 사람은
진짜 고마워하고 있네.'
묘하다.
그녀는 그를
스피커로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단순한 스피커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 빛나고 있다.
"...별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신 아니었으면 저 그냥,
계속 희망만 주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와인이 온다.
웨이터가 따른다.
페리클레스가 잔을 든다.
"건배할까요?"
"...뭐에요?"
"우리에게요."
아스파시아는 잔을 든다.
"...우리요?"
"네. 우리."
두 잔이 부딪친다.
따르릉.
맑은 소리.
페리클레스 거실 - 밤 11시
큰 소파. 낮은 조명.
페리클레스와 아스파시아가
나란히 앉아 있다.
노트북 두 대.
페리클레스는
영상 편집 중이다.
파이널 컷 화면.
타임라인이 복잡하다.
아스파시아는
코드 리뷰 중이다.
VS Code 화면.
Python 파일들.
각자의 일.
하지만 같은 공간.
시계가 째깍거린다.
페리클레스가 고개를 돌린다.
"...피곤해요?"
"괜찮아요."
"오늘 하루 길었잖아요."
"당신도요."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본다.
아스파시아는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다.
페리클레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자기 어깨로 기울인다.
"잠깐만 기대도 돼요."
아스파시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무거워요?"
"아니요."
페리클레스는 미소 짓는다.
"전혀요."
아스파시아는 눈을 감는다.
'...편하네.'
이상하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혼자 서 있었다.
혼자 걷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의 어깨.
그의 체온.
그의 숨소리.
'...2개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2개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내 프로젝트는 성공하고 있다.
페리클레스도 성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는 뭐가 달라졌지?'
아스파시아는 생각한다.
그녀는 여전히 계산한다.
여전히 전략을 짠다.
여전히 숫자를 본다.
하지만 동시에,
이 순간이 싫지만은 않다.
페리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스파시아."
"...네?"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 다요."
아스파시아는 눈을 뜬다.
노트북 화면이 흐릿하게 보인다.
# 사용자 847명
# 완료율 67%
# 만족도 4.3/5.0
숫자. 데이터. 결과.
그의 도움. 이준석.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저도요."
아주 작은 목소리.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페리클레스는 들었다.
그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자기 머리를 살짝 기댄다.
두 사람.
두 개의 노트북.
하나의 소파.
시계가 째깍거린다.
11시 17분.
페리클레스 아파트 - 아침 9시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페리클레스는
침대에서 눈을 뜬다.
핸드폰이 계속 진동한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멈추지 않는다.
그는 핸드폰을 집는다.
화면이 켜진다.
알림 273개
'...뭐지?'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유튜브:
구독자 1,000,000명 돌파!
축하합니다! 🎉
이메일:
[민음사]
제목: 《진정한 성장》 출간 제안
[JTBC]
제목: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 섭외
카톡:
[TEDx Seoul] 강연 섭외
11월~12월 일정 문의
[창비] 도서 출판 제안
인스타그램 멘션 +2,847개
트위터 리트윗 +5,392개
네이버 카페 [페리클레스 팬카페]
가입자 12,847명
페리클레스는 숨을 들이킨다.
"...100만?"
그는 일어나 앉는다.
핸드폰을 다시 본다.
유튜브 앱을 연다.
채널: 페리클레스
구독자: 1,003,284명
총 조회수: 23,847,392회
숫자가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1,003,284 → 1,003,291 → 1,003,298
그는 일어나서 창밖을 본다.
2월의 서울.
맑은 하늘.
지나가는 사람들.
모든 게 평범하다.
하지만 그의 세상은
평범하지 않다.
100만.
그는 중얼거린다.
"100만 명이 나를 본다고?"
이상한 기분이다.
감사한가?
그렇다.
행복한가?
...잘 모르겠다.
무섭다.
띠링- 또 알림이 온다.
이메일: [CJ ENM]
유튜브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 제안
예산: 3억 원
페리클레스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책상에 앉는다.
노트북을 연다. 이메일함.
받은편지함 (187)
[긴급] 출판 제의
[섭외] 방송 출연
[제안] 콜라보레이션
[문의] 강연료 협의
[요청] 인터뷰
[제안] 광고 모델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이메일을 연다.
발신: 민음사 편집부
제목: 《진정한 성장》 출간 제의
페리클레스님, 안녕하세요.
민음사 편집부입니다.
귀하의 유튜브 콘텐츠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진심을 설계하는 법" 시리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으로 출간하고 싶습니다.
제안 내용:
인세: 15%
선인세: 5,000만원
초판: 10,000부
마케팅 예산: 별도 협의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페리클레스는 숨을 멈춘다.
'5천만 원?'
그는 다음 이메일을 연다.
발신: JTBC 제작팀
제목: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 요청
페리클레스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팀입니다.
현대 심리학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시는 귀하를
프로그램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출연료: 협의 가능
방송일: 12월 중
발신: TEDx Seoul
제목: TEDx Seoul 2025 연사 초청 30분 강연
연사료: 없음
TEDx 타이틀 획득
발신: 삼성전자 마케팅팀
제목: 갤럭시 광고 모델 제안
출연료: 1억 2천만 원 촬영: 2일
페리클레스는 노트북을 닫는다.
숨이 막힌다.
'...뭐야, 이거.'
감사하다. 정말로.
하지만 동시에 무겁다.
100만 명.
그들은 그를 본다.
그들은 그를 믿는다.
그들은 그의 말을 듣는다.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나?
띠링- 핸드폰이 울린다.
화면을 본다.
[아스파시아]
그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봤어요! 100만!
축하해요!"
아스파시아의 목소리가 밝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다.
페리클레스는 미소 짓는다.
"...고마워요."
"기분 어때요? 기분 좋죠?"
"네... 근데 좀..."
"좀?"
"...많이 들어와서요.
이메일이랑 연락이."
"당연하죠!
100만이에요, 100만!
다들 당신 원하는 거예요."
"...그러네요."
침묵.
아스파시아가 말한다.
"저녁에 축하해줄게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제가—"
"안 돼요. 오늘은 제가.
당신이 100만 찍은 날인데
제가 사야죠."
페리클레스는 웃는다.
"...고마워요."
"8시에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봐요.
제가 예약할게요."
"알겠어요."
"수고했어요, 100만 유튜버."
전화가 끊긴다.
페리클레스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는 금방 사라진다.
그는 다시 노트북을 연다.
이메일함. 받은편지함 (203)
16개가 더 늘었다.
그는 첫 번째 이메일을 연다.
발신: 알라딘 북펀드
제목: 크라우드펀딩 제안 목표
금액: 3,000만 원 예상
달성률: 500%
발신: 밀리의 서재
제목: 오디오북 녹음 제안
총 10시간 분량
출연료: 2,000만 원
발신: 네이버 오디오클립
제목: 팟캐스트 연재 제안 주 1회,
6개월 회당: 300만 원
그는 계산한다.
5,000만 원 (선인세)
1억 2,000만 원 (광고)
2,000만 원 (오디오북)
300만 원 x 24회 (팟캐스트)
= 2억 6,200만 원
'...2억?'
페리클레스는 의자에 기댄다.
천장을 본다.
'감사하지만...
왜 이렇게 무겁지?'
그는 알 수 없다.
모두가 원하는 것.
돈. 명예. 인정.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
페리클레스의 아파트.
저녁. 외출 전.
페리클레스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는 AI Agent에게
메일을 정리하고
내게 적합한 제안을 추리라고 말한다.
그의 에이전트가
메일을 정리하고 계산을 끝냈다.
노트북 화면.
엑셀 시트.
제안 정리
출판
민음사: 5,000만 원
창비: 4,500만 원
웅진: 6,000만 원
방송
JTBC: 협의 중
tvN: 협의 중
MBC: 협의 중
강연
TEDx: 무료 (명예)
기업 강연: 회당 500만 원
대학 강연: 회당 200만 원
광고
삼성: 1억 2,000만 원
LG: 8,000만 원
현대: 1억 원
총 예상 수익 (향후 6개월)
최소 3억 원 ~ 최대 5억 원
'...5억.'
돈이 부족한 삶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돈으로 무언가가 거래되고 있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무게가 실감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띠링- 또 알림이 온다.
인스타그램 DM
[에이전시] 전속 계약 제안
계약금: 1억 원
수수료: 20% 기간: 3년
페리클레스는 핸드폰을 엎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창밖을 본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나도 저랬는데.'
6개월 전까지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100만 명이
그를 보고 있다.
출판사는 책을 내자고 하고,
방송국은 나오라고 하고,
기업은 광고를 찍자고 한다.
'...내가 뭘 잘했지?'
그는 생각한다.
영상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줬다.
진심을 담았다. 그게 다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5억을 준다.
'이게... 맞나?'
페리클레스는
책상으로 돌아간다.
노트북을 다시 연다.
유튜브 스튜디오.
최근 영상.
"불안할 때 하는 3가지"
조회수: 287,493
좋아요: 21,847
댓글: 3,492
댓글창을 연다.
"이 영상 보고 울었어요"
"진짜 제 이야기 같아서..."
"페리클레스님 덕분에 오늘도 버팁니다"
"당신은 제 빛입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어요"
페리클레스는 댓글을 읽는다.
하나씩. 천천히.
'...그래.'
이거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중요한 거다.
그는 다시 숨을 쉰다.
조금 가벼워진다.
'100만 명이
나를 보는 게 아니야.
100만 번의 순간에
내가 있었던 거야.'
그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감당해야지."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