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6장 

익명의 손 (3)






카페 정원 3층 - 오전 9시



 아스파시아가

자리에 앉아 있다.


 검은색 터틀넥.

 단정하게 묶은 머리. 

 하지만 그녀의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다.


 

 개발팀 리드, 준호가

무거운 걸음으로 3층으로 올라온다.

그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스파시아님, 죄송해요.

어젯밤 메시지 못 봤어요."



"괜찮아요. 앉으세요." 


 준호가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꺼낸다.




준호:




"일단...

상황부터 보여 드릴게요."


 그는 화면을 돌려

아스파시아에게 보여준다.



시스템 진단 리포트

Critical Issues Found: 7 




아스파시아의 얼굴이 굳는다.

 




"...7개요?"





"네. 어젯밤에 더 늘었어요."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메모리 누수...?" 




"네. 감정 분석 모듈에서요.

11일 전에 배포한 새 알고리즘이...

메모리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고 있어요."




 침묵.



아스파시아:

"테스트에선 문제없었는데요."



 

"테스트 환경이랑

실제 환경이 달라서...

실제 사용자 데이터 양이 훨씬 많았고,

그게 누적되면서..."




 그는 그래프를 보여준다.



[메모리 사용량 그래프]


 11일 전: 62%

 어제: 89%

 오늘 아침: 94%





"지금 거의 한계예요."






"...고치면 되잖아요."




"그게..." 



 그는 화면을 바꾼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시스템 전체에 너무 깊게 통합되어 있어요. 

하나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결된 모듈들을 전부 손봐야 해요."




아스파시아는 바로 되물었다.




"얼마나 걸려요?"




"...최소 2주요."




 아스파시아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을 움켜쥔다.






"2주면... 프로젝트 일정이..." 





"일정 알아요.

그런데 이건 단순 패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상태로 계속 돌렸다가는

언제 서버가 다운될지 몰라요.


임시방편으로 캐시를 늘리거나

서버를 증설할 수는 있지만..."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계속 쌓이면... 결국..."





 그는 말을 잇지 못한다.





"...무너진다는 거죠."




"...네."




 침묵. 



 아스파시아는 

노트북 화면을 본다.

자신의 대시보드.





서버 응답 속도: 3.8초 


아스파시아:

"일단 임시방편부터 해요.

서버 다운만은 막아야 해요."


"알겠습니다.

오늘 안에 조치할게요."




 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멈추고,

 그녀를 돌아본다.



 

"아스파시아님." 




"네?"




"...혹시 외부 전문가

컨설팅 받는 건 어떨까요?

저희 팀만으론 좀..."




 아스파시아는

그를 올려다보고,

잠시 생각하다 짧게 말했다.




"우선...제가 해 볼게요."



"하지만..."

 



"먼저 조금만 살펴볼게요."




 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간다.




문이 닫힌다.




 아스파시아 혼자 남는다.


 그녀는 노트북을 본다.

 화면의 경고들.



빨간색.

빨간색.

빨간색.




"...괜찮아." 




 하지만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페리클레스의 작업실 - 같은 시각




 페리클레스는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

 아스파시아의 프로필.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업로드가 없네..."




 그는 스토리를 확인한다. 




[스토리]

 어젯밤 새벽 3시 업로드.

 사진 하나.

노트북 화면. 빈 커피잔들.

캡션 없음.



 페리클레스는 사진을 확대한다. 

 노트북 화면에 뭔가 보인다.

흐릿하지만...빨간색 경고창. 

 



"...뭐지?"




 그는 다음 스토리로 넘긴다.





[다음 스토리]

새벽 4시 업로드.

 창밖 풍경. 어두운 하늘. 

 캡션은 "..."

점 세 개.





 페리클레스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뭔가... 잘못되고 있어." 






 그는 김교수의 인스타도 확인한다. 





[김교수 인스타]


 2일 전 포스트: 

"AFFECTUM 프로젝트 베타 테스트 성공적!"

 

어제 포스트:

연구실 야근 중...




 댓글들. 


"교수님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그 중 하나.

아스파시아의 계정.


 "감사합니다."




 2시간 전.



 페리클레스는 그 댓글을 본다.

 단 한 마디.



 "감사합니다."





페리클레스는 중얼거렸다.



"이건... 그녀답지 않아."




 그는 과거 댓글들을 확인한다.




"좋은 인사이트네요.

특히 3번 항목이 흥미로워요."


"이 부분 더 

논의해 보고 싶어요."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적극적이다.

 하지만 최근 댓글.





"감사합니다."





"..." 





 짧고, 건조하고, 소극적이다.



 



"이거...

느낌 안 좋은데..."










INT. 카페 정원 - 낮 12시




 아스파시아가 혼자 앉아 있다.


샐러드 하나. 

 거의 손도 안 댔다.

 노트북은 여전히 켜져 있다.




 그녀는 포크를 들었다 놓는다.

식욕이 없다. 






 핸드폰이 울린다. 

 김교수.





아스파시아는

힘없이 전화를 들어올린다.




"네, 교수님."




"아스파시아, 미팅 어땠어요?"





"...처리 중입니다."





 "목소리가 안 좋네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아스파시아."





"네?" 





"혹시 문제가 생각보다 크면 

저한테 말해요.

같이 해결하는 거예요. 알죠?"






 아스파시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스파시아?"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





"네."





 전화가 끊긴다.





 아스파시아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샐러드를 본다.






"...먹어야 하는데."





 하지만 포크를 들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을 본다. 다시.






메모리 사용량: 96%











 페리클레스의 작업실 - 오후 2시





페리클레스는

아스파시아의 인스타그램을

노트북 한쪽에 계속 열어두고 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고, 

새벽까지 작업에,

식사도 거의 안할 것 같다.


김교수 인스타는 여유로운 걸 보니

아스파시아 혼자 해결하려는 것 같다. 





 페리클레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비벼

마른세수를 하고,


아스파시아의

마지막 스토리를 다시 본다.






 새벽 4시.

 점 세 개.



"...이건 도움 요청이야.

말은 안 하지만."




 그는 핸드폰을 든다. 

연락처를 연다.

그는 한 명을 선택한다.



[연락처: 이준석]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춘다.







"아냐... 아직 아니야.

좀 더 지켜봐야 해.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요청받은 것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






 그는 전화를 끊는다.

대신 다른 일을 한다.


 하지만 계속 속으로 되뇌인다.


 구하려는 거도 아니고..

통제하려는 거도 아니야...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

준비..



"준비는 해둬야겠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급하게 집어들고,

 이준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DM]


"형, 요즘 어때?

혹시 시간 날 때 통화 한 번 할 수 있어?


급한 건 아니고,

상담 좀 받고 싶은 게 있어."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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