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5장 

지켜주고 싶다는 말 (4)






카페 정원 - 오후 2시



 아스파시아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녀 맞은편에 30대 중반 개발자.


노트북이 두 대 펼쳐져 있다.

 개발자는 화면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이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스파시아의 표정이 굳는다.


 


“복구는...”




“불가능하진 않죠.

다만 복구보다

새로 짜는 게 빠릅니다.

지금 구조 자체가 너무 얽혀 있어요.” 




 그는 화면을 돌린다.




“여기 보세요.

 하나 건드리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비용은요?”



"재설계 포함해서...

최소 3천은 잡아야죠.

기간은 한 달 반?"




아스파시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3천."



 그녀는 노트북을 본다.


자신의 계좌.

 잔액: 870만 원.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아스파시아는 화면을 닫는다. 




 개발자는

잠시 망설이다 말한다.




"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서버 상태가..."




"알아요." 





 개발자는 노트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스파시아 혼자 남는다.

 그녀는 노트북을 본다. 

메모장을 연다. 


 핸드폰이 울린다.

 김교수.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받는다.




"네, 교수님." 



 "아스파시아,

오늘 상담 어땠어요?" 



"...아직 검토 중입니다."



 

"혹시 자금 문제 있으면

연구비 쪽에서 좀 더 

지원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아스파시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스파시아?"




"...교수님.

연구비 얼마나 남았죠?"





"음... 약 1,200 정도요?"




"...그것도 부족해요."




 침묵.




"...얼마나 필요한데요?"




 "최소 3천이요."




"...3천?" 




 더 긴 침묵.



"아스파시아, 그럼...

투자자를 찾거나,

아니면 프로젝트 일정을 재조정—"





"교수님,

제가 해결해 볼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방법을 찾을게요." 




 그녀는 전화를 끊는다.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밤 11시





 어두운 방. 


노트북 불빛만 그녀를 비춘다.


 아스파시아는

 여러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있다.


 그녀는 하나씩 클릭한다.





[긴급 대출 사이트]

신용대출 가능 금액: 1,500만원


"...1,500으론 부족해." 





 다음 탭.

[투자 플랫폼]

평균 투자 유치 기간: 3~6개월

 

"...6개월은 너무 길어. 

경쟁사 나올 거야. " 






 다음 탭.

[프리랜서 개발자 - 저렴한 순]

가능 작업: 유지보수,  버그 수정

시간당 1~3만원.


"...이것도 안 돼."






 새 탭을 연다. 


"서버 최적화 강의"

 영상 하나를 클릭한다.


[메모리 누수 해결하기 - 고급편]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새벽 1시



 아스파시아는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다.

노트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빼곡하다.


 그녀는 노트를 덮고 

자신의 코드를 연다. 스크롤. 멈춤.



 아스파시아는

화면을 들여다본다.




"...여기랑...

여기를 고치면..."




 커서가 움직인다.

 타이핑.


 멈췄다가,

다시. 타이핑.


 노트북 화면에

코드가 한 줄, 지워진다.



 아스파시아는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타이핑한다.










김교수 연구실 - 다음 날 오후




김교수가 책상에 앉아

 논문을 읽고 있다.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




 문이 열린다.


 준호가 들어온다.

표정이 어둡다.




"준호씨, 무슨 일이에요?"


"교수님...

제가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그는 앉는다.

숨을 들이킨다.




"교수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이 말씀 드리기까지…

꽤 고민했습니다.

저... 이 프로젝트 그만둘 것 같아요."





 김교수의 눈이 커진다. 




 "...갑자기 왜요?"



 

"죄송해요. 처음에 저도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거라

책임감 느끼고 시작했는데요.


근데...이 프로젝트, 솔직히

구조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아요."





"고치면 되잖아요."




"그게... 고치는 게 아니라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이에요.

그리고 아스파시아님이...

외부 도움을 안 받으려 하세요."






 침묵.





"어제 밤에도 혼자

코드 수정하셨더라고요. 

 근데 그게... 오히려 더 꼬였어요.

제가 아침에 확인했는데..." 





 그는 노트북을 꺼낸다.

화면을 보여준다.





[커밋 로그]


2024-XX-XX 02:34 - Aspasia: "메모리 최적화 시도" 

2024-XX-XX 03:12 - Aspasia: "이벤트 리스너 수정" 

2024-XX-XX 04:28 - Aspasia: "캐시 관리 개선" 

2024-XX-XX 05:01 - Aspasia: "롤백 - 오류 발생" 






"혼자 하시려니까...

실수가 생기고,

그걸 고치려다 더 꼬이고...

악순환이에요."





 "...제가 말해볼게요."





"교수님,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이번 주까지만 하고 정리할게요." 


김교수는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래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죠.” 



그는 천천히 덧붙였다. 




 “이번 주 안에

한 번만 더 이야기해 봅시다. 

급하게 정리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준호가 일어난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리할 건 최대한

정리해 두고 가겠습니다.”





 그가 나간다. 

 김교수 혼자 남는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아스파시아에게 전화를 건다.




뚜- 뚜- 뚜-




받지 않는다.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같은 시각



 아스파시아는

책상에 엎드려 있다.


노트북은 켜져 있다.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듣지 못한다.

잠들어 있다. 






 [시스템 알림]


[WARNING] Memory usage: 98% 

[CRITICAL] Server response time: 5.2s 

[ERROR] Database connection failed




화면에는

 빨간색 경고들이 쌓여간다.  









페리클레스의 작업실 - 같은 시각




 페리클레스는 카페에 앉아

 이준석(개발자)을 만나고 있다.



두 사람 앞에

노트북이 놓여 있다.



"그래서,

무슨 상담이라는 거야?"



"형, AFFECTUM 프로젝트 알아?

감정 분석 플랫폼."




"아, 그거?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난리 났던 거. 





"말 많았다고?" 






 "응. 바이브 코더들 붙어 있고, 

교수 이름만 앞에 걸린 프로젝트라서.

 다들 반신반의했지."






 "왜?" 





"잘 굴러가면 상관없는데, 

그런 팀은 보통 문제 생기면 감당을 못 해.

제대로 된 설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





"아 그래? 몰랐네... 

그거,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어떻게 알았어?" 





"...알게 됐어.

형이 도와줄 수 있어?

비용은... 내가 댈게.

삼천 사천정도?"





"...야, 그거 적은 돈 아닌데?"




"형 실력이면 어렵지 않잖아.

한번만 봐줘.


그리고 익명으로 해줬으면 좋겠어.

형이 먼저 컨택해서,

익명 투자자 방식으로."




"...왜 익명으로?"




"그냥... 그게 나아." 



 잠시 침묵.




"야, 너 혹시... 

 그 프로젝트 만든 사람

아는 거 맞지?


솔직히 말해봐."




 페리클레스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이

거기 관련되어 있어."




 "그래서 그 돈을 대겠다는 거구나. ㅋㅋ 

알았어. 뭐야? 여자냐?"





 페리클레스는

부끄러운 듯 미소 짓는다. 




"ㅋㅋㅋ 역시. 알았어. 

 오늘 중으로 연락해볼게.


 '익명의 투자자가

프로젝트 복구 지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고마워, 형. 진심으로." 





"내 이름은 어떻게 해?" 




"그건 써도 돼. 

내 이름만 절대 안 돼."





이준석은 그를 본다. 

 그리고 휘파람을 분다.



 "너 요즘 유튜브로

 도대체 얼마나 버는 거야?"





"...충분히 벌어."




 "너 진짜 이상한 놈이다.

 그 돈을 대면서 이름도 안 밝히고..." 






페리클레스는 대답을 하지 않고,

복잡한 표정으로 되뇌인다.





'이게 맞는 걸까.'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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