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6장 

익명의 손 (2)




 INT.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밤 10시




어두운 방. 

노트북 불빛만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아스파시아는

 여전히 대시보드를 보고 있다.


서버 응답 속도: 1.8초 → 2.1초 




"...2초를 넘었어."




 슬랙 알림이 뜬다.




[슬랙 메시지]

From: 개발팀 리드


"일단 확인 중입니다.

알고리즘 자체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데이터베이스 쿼리 최적화 쪽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오전에 미팅 가능하신가요?"




 아스파시아는 타이핑한다.




[아스파시아 답장]

"가능합니다.

9시에 뵙죠.

그 전에 로그 파일 보내주세요."



 그녀는 답장을 하고

멍하니 혼잣말을 한다.




"괜찮아.

내일이면 해결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새벽 네 시.

건물 3층.

한 개의 창문에만 불이 켜져 있다.

아스파시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어두운 밤.

그녀만 깨어 있다.




 아스파시아는 다시 화면을 본다.

 새로고침.



서버 응답 속도:

2.1초 →2.3초 




그녀의 눈이 커진다.




"...뭐야." 



 그녀는 앞으로 몸을 숙인다.

화면에 바짝 붙는다.

 데이터베이스 로그를 연다.

에러 메시지들이 스크롤된다.



[ERROR] Query timeout exceeded 

[WARNING] Connection pool exhausted

[ERROR] Memory allocation failed

[WARNING] Slow query detected (3.2s)...




아스파시아의 얼굴에서

 혈기가 빠진다.




"이건..." 




 그녀는 빠르게 타이핑한다.

서버 확인용 추가 진단 명령어들.


 터미널 창이 여러 개 열린다.

각각 다른 서버 상태를 보여준다.

 모두 빨간색 경고등.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개발팀 리드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긴급 메시지]

"지금 당장 전화 가능하신가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전송.




 그녀는 채 3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건다.


 

뚜- 뚜- 뚜-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전화를 끊는다.

숨을 크게 들이킨다.



"괜찮아.

내가 고치면 돼."



 그녀는 코드 에디터를 연다.




스크롤.

스크롤.

수천 줄의 코드.





"어디서부터..."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다.




"문제를 찾아.

분명 어딘가에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하지만 코드는 너무 많다.

변수는 너무 복잡하다.


 그녀는 이 시대의

바이브 코딩 붐을 타고

신사업에 뛰어든 신생 창업가일 뿐, 

프로그래머가 아니었다.





"...어디야."





 새로고침.



서버 응답 속도:

2.3초 → 2.7초




 "...제발."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새벽 6시 






 아스파시아는

여전히 앉아 있다.


 노트북 앞.

빈 커피잔 3개.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다.



 화면.

서버 응답 속도: 3.4초



"...왜."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왜 안 되는 거야..."




 슬랙 알림.


[자동 알림] [CRITICAL] 

Server response time exceeded 3.0s > System stability at risk





아스파시아는 화면을 본다.



빨간색 경고창.

 그녀는 천천히 노트북을 닫는다.




"...내일.

내일 개발팀이랑

같이 보면 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확신이 없다. 




"이건 작은 문제야.

아직... 괜찮아."




그녀는 자신에게

꾹꾹 밀어넣듯이 말해 보지만,

 그녀의 손이 초조한 듯

마우스 위에서 움찔거렸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카페 정원 3층 - 오전 9시



 아스파시아가

자리에 앉아 있다.


 검은색 터틀넥.

 단정하게 묶은 머리. 

 하지만 그녀의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다.


 

 개발팀 리드, 준호가

무거운 걸음으로 3층으로 올라온다.

그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스파시아님, 죄송해요.

어젯밤 메시지 못 봤어요."



"괜찮아요. 앉으세요." 


 준호가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꺼낸다.




준호:




"일단...

상황부터 보여 드릴게요."


 그는 화면을 돌려

아스파시아에게 보여준다.



시스템 진단 리포트

Critical Issues Found: 7 




아스파시아의 얼굴이 굳는다.

 




"...7개요?"





"네. 어젯밤에 더 늘었어요."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메모리 누수...?" 




"네. 감정 분석 모듈에서요.

11일 전에 배포한 새 알고리즘이...

메모리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고 있어요."




 침묵.



아스파시아:

"테스트에선 문제없었는데요."



 

"테스트 환경이랑

실제 환경이 달라서...

실제 사용자 데이터 양이 훨씬 많았고,

그게 누적되면서..."




 그는 그래프를 보여준다.



[메모리 사용량 그래프]


 11일 전: 62%

 어제: 89%

 오늘 아침: 94%





"지금 거의 한계예요."






"...고치면 되잖아요."




"그게..." 



 그는 화면을 바꾼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시스템 전체에 너무 깊게 통합되어 있어요. 

하나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결된 모듈들을 전부 손봐야 해요."




아스파시아는 바로 되물었다.




"얼마나 걸려요?"




"...최소 2주요."




 아스파시아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을 움켜쥔다.






"2주면... 프로젝트 일정이..." 





"일정 알아요.

그런데 이건 단순 패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상태로 계속 돌렸다가는

언제 서버가 다운될지 몰라요.


임시방편으로 캐시를 늘리거나

서버를 증설할 수는 있지만..."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계속 쌓이면... 결국..."





 그는 말을 잇지 못한다.





"...무너진다는 거죠."




"...네."




 침묵. 



 아스파시아는 

노트북 화면을 본다.

자신의 대시보드.





서버 응답 속도: 3.8초 


아스파시아:

"일단 임시방편부터 해요.

서버 다운만은 막아야 해요."


"알겠습니다.

오늘 안에 조치할게요."




 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멈추고,

 그녀를 돌아본다.



 

"아스파시아님." 




"네?"




"...혹시 외부 전문가

컨설팅 받는 건 어떨까요?

저희 팀만으론 좀..."




 아스파시아는

그를 올려다보고,

잠시 생각하다 짧게 말했다.




"우선...제가 해 볼게요."



"하지만..."

 



"먼저 조금만 살펴볼게요."




 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간다.




문이 닫힌다.




 아스파시아 혼자 남는다.


 그녀는 노트북을 본다.

 화면의 경고들.



빨간색.

빨간색.

빨간색.




"...괜찮아." 




 하지만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페리클레스의 작업실 - 같은 시각




 페리클레스는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

 아스파시아의 프로필.

 그는 스크롤을 내린다.




"업로드가 없네..."





 그는 스토리를 확인한다. 




[스토리]


 어젯밤 새벽 3시 업로드.

 사진 하나.

노트북 화면. 빈 커피잔들.

캡션 없음.



 페리클레스는 사진을 확대한다. 

 노트북 화면에 뭔가 보인다.

흐릿하지만...빨간색 경고창. 

 



"...뭐지?"




 그는 다음 스토리로 넘긴다.





[다음 스토리]


새벽 4시 업로드.

 창밖 풍경.

어두운 하늘.


 캡션은 

"..."


점 세 개.





 페리클레스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뭔가... 잘못되고 있어." 




 그는 김교수의 인스타도 확인한다. 





[김교수 인스타]


 2일 전 포스트: 

"새 프로젝트 베타 테스트 성공적!"

 

어제 포스트:

연구실 야근 중...




 댓글들. 


"교수님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그 중 하나.

아스파시아의 계정.


 "감사합니다."





 2시간 전.



 페리클레스는 그 댓글을 본다.

 단 한 마디.



 "감사합니다."





페리클레스는 중얼거렸다.




"이건...

그녀답지 않아."




 그는 과거 댓글들을 확인한다.





"좋은 인사이트네요.

특히 3번 항목이 흥미로워요."


"이 부분 더 

논의해 보고 싶어요."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적극적이다.

 하지만 최근 댓글.





"감사합니다."





"..." 





 짧고, 건조하고, 소극적이다.



 



"이거...

느낌 안 좋은데..."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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