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5장
지켜주고 싶다는 말 (2)
아스파시아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잠들지 못했다.
창밖으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AI는 이미 그녀의 손 안에 있었다.
분명 기회의 시대다.
코딩과 심리 연구,
그 둘을 빠르게 묶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개발보다 어려운 건
시장에 이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는...
내가 모르는 게 맞다.
그녀는 천장을 응시했다.
불쾌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 눈을 지그시 누른 후에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 메일 1개.
발신인: kim○○@university.ac.kr
아스파시아는 짧게 웃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눈은 웃지 않았다.
그녀의 집 앞에
차 한대가 멈춰섰다.
페리클레스의 볼보 XC40.
메탈릭 딥 블루 컬러.
차창이 내려가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해맑게 웃고 있었다.
"타요!"
그녀가 조수석에 타자,
차 안의 은은한 향이 그녀를 감쌌다.
페퍼민트와 우드 향.
디퓨저가 대시보드 옆에 놓여 있었다.
조수석 쪽에는
작은 다육식물 화분이 놓여 있었고,
백미러에는 작은 원석 펜던트가
매달려 있었다.
"이거 뭐예요?"
아스파시아가 원석을
손가락으로 톡 쳤다.
"아, 그거? 흑요석.
보호의 의미래요."
"누가 줬어요?"
"아니요, 제가 샀어요.
그냥… 좋아 보여서."
페리클레스는 시동을 걸었다.
부드러운 엔진음.
"번지점프장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려요. 괜찮죠?"
"네."
차가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도시가 멀어지고 있었다.
고층 빌딩들이 점점 작아지고,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리클레스는
핸들을 느긋하게 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 있었다.
"요즘 기분이 좋아요."
"그렇겠죠.
50만 넘었으니까. 축하해요."
"그것도 있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뭔가 제 말이 닿는 것 같아요.
진짜로.
댓글 보면,
사람들이 제 말 때문에
버텼다고 하더라고요."
아스파시아는
선글라스 너머로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사람들을 안심시켜요."
"안심?"
"네. 당신의 말은…
세상이 괜찮다고 느끼게 만들어요."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거예요.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
아스파시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
"아스파시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우울하다는
이야기 들어 봤어요?"
아스파시아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녀의 눈이
페리클레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요즘 사람들,
분명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나아질 길이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우울이나 불안이 생기면
전부 자기 탓을 하는 거 같아요…
나만 생산성 없다고 느끼고,
그러면 죄책감과 불안이
그 사람을 너무 옥죌 거예요."
"나는 그냥…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여 주고 싶어요."
아스파시아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렸다.
"가능성은 흐릿해요.
사람들은 명확한 지도를 원해요.
누군가를 따르고 싶어하죠."
아스파시아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너무 아름답게 말해요.
마치 감정이, 고통이, 본질인 것처럼."
페리클레스는 전방을 응시했다.
산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본질이 아니라…
현존이죠.
나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존재를, 그 존재의 감각을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시스템보다, 언어보다,
느낌이 먼저라고 믿거든요."
아스파시아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스파시아는
알고 있었다.
진심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소비하고,
결국 둘 다 말라갈 것이다.
한 쪽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한 쪽은 아름다움을 지킬 힘의 고갈로.
아스파시아는 서비스 모드로
멘탈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럼 당신은…
저랑 있는 지금 시간도
그, 존재의 감각으로 기억되길 원해요?"
페리클레스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차가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페리클레스가
운전하며 앞을 보고 있다 해도
모를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럼 당신 말대로 해볼까요.
감각에 몸을 맡기고,_
다음 흐름을 기다리는 거요."
페리클레스의 손이
핸들을 살짝 더 세게 쥐었다.
그녀의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