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5장 

지켜주고 싶다는 말 (1)


 




창문은 닫혀 있고,

커튼은 반쯤 걷혀 있다.


도시의 네온 불빛이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와, 

노트북에 기대어 앉은

아스파시아의 얼굴을 물들인다.




DM 알림이 울렸다.



[페리클레스]

오늘 영상 봐줬으면 해요.

괜찮으면 짧게라도 피드백 부탁드려요. :) 



 아스파시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그러나 표정은 없다.




[아스파시아]


봤어요. 당신의 말은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네요.



 3초 후.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페리클레스는 곧 답장을 보낸다.




[페리클레스]


고마워요. 

진짜 그 말 한 마디가 힘이 돼요.


요즘, 뭔가… 

저 자신이 흔들릴 때가 많아서.

 






아스파시아는 피식,

소리 없는 웃음을 흘린다. 




 “흔들려야지.

우리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그녀는 노트북을 살짝 밀고, 

창 밖을 본다. 


 그곳엔 실제로 돌아가는

세계가 있다.


알고리즘. 구독자. 전환률. 

정치화된 인물들.

감정, 여론, 바이럴 흐름. 





 “그가 가진 건 말과 감정.

내가 가진 건 시스템.

그를 통해 움직이는 건 대중이야.”




노트북 모니터에

한 인물의 정보가 떠 있다.



[김○○ 교수 - 사회심리학 전공, 집단행동이론]





 페리클레스에게 DM이 다시 왔다.




 "내일 나랑 번지점프 갈래요?" 





 아스파시아는

마우스를 스크롤했다. 

 교수의 논문 제목들이 화면을 채웠다.



"자본주의 시대의 대중심리 구조"

"욕망의 사회적 생산과 소비 패턴"

 "집단행동의 심리학적 메커니즘"




 그녀는 한 호흡 늦게

DM을 확인하고 잠시 침묵했다. 








  번지점프.

 페리클레스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구독자가

50만을 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나와 나누고 싶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확인받고 싶은 거였다. 



 "좋아요."



 답장은 바로 왔다. 




 "진짜?

와, 10시에 픽업하러 갈게요.

 산 정상이라 좀 멀어요."





 "네." 




 대화는 끝났다. 

 아스파시아는 노트북을 닫지 않았다. 


 그녀는 김 교수의 프로필 사진을 응시했다. 

 

50대 중반. 안경.

회색 머리.

단정한 셔츠. 

 전형적인 학자의 외관.


그녀는 생각했다.


페리클레스는

지금 성공의 정점에 있다.


 50만 구독자. 

수천 개의 댓글.

끝없는 찬사.




 하지만 아스파시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감정이다. 

 감정에 의해 만들어진 파도는

지속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감정이 아니라 이론이었다. 

 정당성. 체계. 논리. 


 감정으로 움직인 사람들을 

 구조 안에 가두는 언어. 




 페리클레스로

감정을 끌어 오고,

 권위자로 이론의 말뚝을 박는다.




 아스파시아는

마우스를 클릭했다. 


 교수의 이메일 주소가 나타났다.

 그녀는 새 메일 창을 열었다.






 



아스파시아 작업실 - 밤 11시



받는 사람: kim○○@university.ac.kr


제목: 교수님의 연구 잘 보았습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아스파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교수의 논문 초록을 다시 읽었다.



"대중은 욕망을 소비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욕망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를 소비한다. 

 자본주의는 이 메타-욕망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아스파시아는 작게 웃었다.

 정확하다.


 그녀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학문적 언어로 정리한 것. 



 하지만 그는 이론만 갖고 있다.

 실행은 없다.


 

그녀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교수님께,

저는 아스파시아라고 합니다.


교수님의 논문

"자본주의 시대의 대중심리 구조"를 

읽었습니다.


교수님은 대중이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하는 감각을 소비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감각을 실제로

설계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짧게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스파시아 드림





 
그녀는 메일을 다시 읽었다.

 너무 직접적인가?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가 적당하다.

 학자는 호기심에 약하다. 

 특히 자신의 이론을 이해한 사람에게는.




 아스파시아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깜빡였다.




 "메일이 전송되었습니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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