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5장

재가 된 뒤에 (2)



 


 아스파시아는

가끔 강둑에 갔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냥 물이 흐르는 곳이

조용해서라고 생각했다.



 강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비린내가 났다. 

 젖은 흙 냄새와 썩은 풀 냄새가

바람에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냄새를 싫어했지만

아스파시아는 그 냄새가 좋았다.



이 냄새는 눅눅한 교도소의 밤,

처음으로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던 그 날,


이상한 감정을 처음 느꼈던 

그 날을 떠올리게 했다.





밤이었다.

강둑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로등이 간격을 두고

노란빛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천천히 걸었다.





 비린 물 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멀리서 물살이

조용히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강가에 멈췄다.

 그리고 물 위를 가만히 바라봤다. 







 







가로등 빛이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가로등 불빛과 함께

물에서 번져나갔다.





 그 위로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다.



  예전에  자신을 아주 조심스럽게

돌봐 주었던 사람의 얼굴.


페리클레스.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저 옆에 있었다.



그녀가 프로젝트때문에

밤을 새던 날에도.

프로젝트가 중단된 날,

아이스크림을 건네던 밤에도.


그저 그 자리에

그녀와 함께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눈을 깜빡였다.




 페리클레스는

언제나 조용한 표정으로

사람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아스파시아는

그 눈을 기억했다. 


대중으로 힘을 얻었지만,

 대중을 보지 않던 눈.

사람을 보던 눈.


 그녀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이해했다.




아스파시아가 완성한

 찰나의 왕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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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하는 사람들

열광하는 사람들

 수백만의 군중.





 그러나 그 왕국에는

주민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연료로 소비하고,

다음을 찾아 떠나갔다.




그녀의 왕국에는

주민이 없었다.


 페리클레스는 유일하게 

그녀 왕국의

주민이었던 사람이다.





 아스파시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안에서

처음으로 어떤 감정이 올라왔다.



 이름을

붙이기 조금 늦은 감정.

 그리움.




 아스파시아는

다시 눈을 떴다.



 물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페리클레스의 얼굴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그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강물은 가로등 불빛을

여전히 흩뜨리고 있다.


 아스파시아는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물이 신발 끝에 닿았다. 

 차가웠다. 




차가운 물에

잠시 놀란 그녀는

 잠깐 웃었다. 



 “바보 같네. 이제 와서."



하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아스파시아는 

강물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갔다. 





 물은 천천히 종아리를 덮었다. 

물살은 생각보다 강했다.

 발밑의 진흙이 조금씩 밀렸다. 

그녀는 잠깐 균형을 잡았다.




강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군중도 플랫폼도 여론도,

그 날의 희열도.

이곳에는 없었다. 



 바람이 천천히 불었다.

 강 위의 물결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아스파시아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한때 설계했던 세상도

 그녀를 비난했던 세상도

 여기까지 따라오지 않았다.





아스파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가 차가웠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세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법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그 구조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스파시아는

다시 앞을 보았다.



강물 위에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부러진 코. 

조금 기울어진 입.


 시간이 그 얼굴을

조금씩 낡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물을 살짝 건드렸다.


 얼굴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다시 그가 나타났다.

 페리클레스.



 그는 언제나처럼

조용한 표정이었다.


 아스파시아는 잠깐 웃었다.

 아주 작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마 자신을 이해하려 했던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자신을

 한 번도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이겼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세계에는

 그 사람만 남아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물 위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한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갔다.





 물이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몸이 조금 흔들렸다.


 비린내 나는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 냄새를 

가만히 느꼈다.



 그녀는 조금 더 걸어갔다.

그녀는 잠깐 멈춰섰다.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강물은 조용히 흘러갔다.

 그리고 아스파시아는

천천히 그 흐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로 아스파시아를

본 사람은 없었다.









<PHASE 6 A+>

End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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