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3장
내가 심지 않은 불 (4)
아스파시아 집, 같은 밤
휴대폰에 진동이 울린다.
페리클레스.
그녀는 받기 전에
10초간 기다렸다.
그리고 받았다.
"여보세요."
"…아스파시아."
이전과 목소리가 달랐다.
이번엔 더 낮았다.
"나…"
그가 말을 멈췄다.
문장을 고르지 못했다.
"…이상해요."
침묵.
"뭔가…"
"내가 틀린 건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틀린 것 같아요."
그 말이 떨어졌다.
완전히.
아스파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듣고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은
자기 말을 잃었다.
그녀가 말했다.
"지금 어디예요?"
카페 정원, 밤
두 사람.
마주 앉았다.
이번엔.
페리클레스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
기다렸다.
"…나 요즘,"
그가 시간을 끌다가
입을 열었다.
"혼자 있으면…"
"생각이 정리가 안 돼요."
아스파시아가 그를 봤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혼자 있지 마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컵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그 순간,
알림이 터졌다.
뉴스 속보.
"베스트셀러 작가 페리클레스,
사생활 논란 확산"
그는 알림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봤다.
유일하게.
정확해 보이는 사람을.
그리고.
자기 방향을 넘겼다.
카페 정원, 밤
사람이 거의 빠졌다.
조명이 조금 낮아졌다.
페리클레스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손이 컵을 잡고 있었지만
마시지 않았다.
아스파시아는
그를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이 사람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확인으로 움직인다.
지금은 이쪽보다
여론이 변수다.
여론이 더 급하다.
여기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그녀가 먼저 말했다.
페리클레스가
흠칫 놀라며 그녀를 봤다.
"…네?"
"지금 더 얘기하면
"정리 안 돼요."
그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보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상태였다.
"조금만 더..."
그가 말을 꺼냈다.
끝까지 못 했다.
아스파시아가 말을 잘랐다.
"지금은
"혼자 정리해야 돼요."
그 문장이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전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과 반대였다.
혼자 있으면 안 돼요.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살짝 끌렸다.
작은 소리.
계산대.
그가 먼저 카드를 냈다.
아스파시아는 말리지 않았다.
카페 앞, 밤
공기가 차가웠다.
두 사람.
문 앞에 잠깐 멈췄다.
페리클레스가 말했다.
"…내일 연락해도 돼요?"
아스파시아가
그를 봤다.
그 짧은 순간,
그녀는 계산하지 않았다.
이 선택이 어디까지 갈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아니라.
아주 잠깐,
다른 생각이 스쳤다.
이 상태로 보내면,
그녀는 그 생각을
더 붙잡지 않았다.
지금 우선순위가 아니다.
"네."
우선 이 대답으로 충분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섰다.
걸어갔다.
아스파시아는 그 뒷모습을 봤다.
걸음이 조금 느렸다.
어깨가 약간 내려가 있었다.
그는 중간에 한 번
멈췄다.
하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다시 걸어갔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스파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
그를 혼자 보내면
그는
자기 생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꺼냈다.
댓글 알림.
속보 기사.
모두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화면을 껐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지금은."
"이걸로 됐어."
페리클레스는
힘없이 걸어간다.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꺼내지 않았다.
그의 머리속은
두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두 문장이 그의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는 그 사이에 있었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혼자가 된 채.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