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2장

축제의 전야 (3)




강연장 로비 카페, 강연 종료 후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사인회가 끝났다.

페리클레스가 

마지막 책에 서명하고 일어섰다.

로비 카페에서
아스파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네요."




"네."


두 사람이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아스파시아가

먼저 말했다.


"오늘 강연 좋았어요."

평소 하듯

분석과 평가가 아니었다.



그 톤이 달랐다.

평소의 날카로움도, 

냉정함도 없었다.

페리클레스가 그녀를 봤다.






아스파시아가 말했다.


"힘들지 않아요?"


"네?"


"요즘 나오는 거 봤어요.

댓글들."



페리클레스가

잔을 내려놓았다.


"좀요."


"그럴 것 같았어요."


그녀가 커피를 마셨다.



"강연 많이 잡혔다고 들었어요. 

몸은 괜찮아요?"


페리클레스는

 그 질문의 톤을 들었다.

이전 만남 이후 페리클레스는 

아스파시아에게 말할때

무언가를 조심하고 있었다.


무언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는 무방비하게 말한다.



"바빠요. 

근데 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니까."



"그거 좋은 신호예요."

















페리클레스가

그 말을 곱씹다 말을 꺼냈다.



"요즘 이상한 댓글이

늘고 있어요."


"'이 사람 말 들으면

선택이 흐려진다는 류의 댓글들."



"알아요."



"봤어요?"



"네."



그가 그녀를 봤다.



"어떻게 생각해요?"



아스파시아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 댓글은요."




"자기 선택을

책임지기 싫은 사람들이 쓰는

문장이에요."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은"




"결정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선택같은거

원래 없었던 거예요."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본다.

말이 바로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 대신 
어딘가가 정리되는 느낌이

먼저 왔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네요."



숨을 조금 길게 내쉬었다.

"그렇게 보니까...

괜찮아지네요."



아스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가 자신의 이 표정을

처음 본다는 걸

그녀는 문득 알아차렸다.

하지만 분석하지 않았다.






대화가 길어졌다.



협업 이야기.
다음 달 콘텐츠 기획.
데이터 구조.



페리클레스가 말했다.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아스파시아가 그를 봤다.



"어떤 의미예요?"




"협업 말고도요."



그가 잠깐 멈췄다.

"저는 당신이 만드는 것들이 좋아요."
"당신이 보는 방식이."



"그걸 살릴 수 있는 팀이 되면,
뭔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스파시아는

그 말을 들었다.

진심이었다.
선했다.
그래서 위험했다.




내 방향을 흔들지 마.




"천천히 가요."



"알아요."



"서두르면 망가져요."



"네."



짧은 침묵.




"근데 당신이

천천히 가자는 말은,"




"오케이라는 거죠?"



아스파시아가 그를 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답하지 않았다.





페리클레스는

그 침묵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심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지도 모른다.











페리클레스 집 서재, 새벽 1시



노트를 폈다.

"공동체에 대하여."




오늘 강연이 떠올랐다.




1,200명.
그리고 아스파시아.
그 미소.

그는 생각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금의 나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문장을 썼다.


"사랑을 배우는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그는 그 문장을

잠시 바라보다 지웠다.

그리고 다시 쓴다.


"공동체는

규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엔 남겼다.




창밖.
서울의 새벽.
가로등 불빛.



그는 지금이

어떤 순간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힘이 쌓였다.
방향이 맞다.
사람이 모인다.

무언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가 듣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아스파시아 집, 같은 새벽



창밖을 봤다.
봄이 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 가고 있었다.
계획대로.

그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론으로는.





노트를 폈다.

오늘 강연.
1,200명.
페리클레스의 말.
그 반응.

그리고,
보내지 않은 댓글.



왜?



펜이 멈췄다.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리했다.
그게 가장 안전한 해석이었다.



그녀의 손이 잠깐 멈췄다.



타이밍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자기 안의 어느 부분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부분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다시 썼다.



다음 단계:

나에게 의존하게 하기
대화 유도와 녹음





노트를 덮었다.
불을 껐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잠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했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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