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2장
축제의 전야 (2)
대형 강연장, 저녁 7시
줄이 밖까지 나와 있었다.
1,200석 강연장.
입장 마감.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아스파시아는
그 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맨 뒤.
기둥 옆.
그녀가 선택한 자리였다.
무대 전체가 보이고,
관객 전체가 보이는 자리.
페리클레스가 걸어 나왔다.
조명이 켜졌다.
1,200명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걸어 나온 것뿐인데.
아스파시아는 그 움직임을 봤다.
공기가 바뀌는 것을.
오른쪽 구역부터
정렬이 시작됐다.
어깨가 펴졌다.
노트가 열렸다.
핸드폰이 내려갔다.
같은 방향의 사람들이
그가 나오는 순간
뿌리째 뽑혀 나오듯
그를 향해 돌아섰다.
아스파시아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하던 노드다.
설계 없이.
연출 없이.
그냥 존재만으로.
세상의 방향이 되는 자리.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고 왔는데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근데 저는 사실
사랑을 잘 모릅니다."
1,200명이 조용해졌다.
"제가 사랑이라고 부른 것들은,"
그가
숨을 고르는 타이밍이
살짝 어긋났다.
"나중에 보니까
사랑이 아니었어요."
"다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가지려 했던 거더라고요."
아스파시아는 그 말을 들었다.
눈은 그를 향해 있었고,
손은 스마트폰 위에 있었다.
가계정 앱.
세 번째 계정.
"이 분 강연 들었는데
처음엔 좋았는데
이상하게 며칠 뒤에
제 결정들이 흔들리더라고요.
좋은 의도인 건 알겠는데"
준비된 문장이었다.
"저는 오래 사랑이라고
부른 것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사랑이 아니었어요."
페리클레스가 말했다.
"다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가지려 했던 거더라고요.
사람을. 관계를. 의미를."
누군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
"그걸 인정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아스파시아는
그 댓글을 지웠다.
지금 이 공기에
그 댓글이 들어가면
너무 이질적이다.
역효과가 난다.
그녀는 앱을 닫았다.
"그래서 이 책은 제 실패담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제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왜 사랑이 아니었는지.
그걸 알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앞줄에서 한 여자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뒷줄에서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메모를 시작했다.
중앙에서 누군가
핸드폰을 꺼내 촬영했다가
다시 내렸다.
페리클레스는
그것들을 보지 않았다.
계속 말했다.
"제가 한 분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을 만나고 많은 게 바뀌었어요."
"그 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이 사랑이라고 부른 건
사랑이 아니에요."
"그건 가지려는 거예요."
정적.
아스파시아의 손이 멈췄다.
그 말.
레스토랑에서 자기가 했던 말.
지금,
1,200명 앞에서.
그리고 화면 속 댓글.
"저도요"
"저도 그 말 필요했어요"
"이 분 말이 제 삶을 바꿨어요"
아스파시아는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
그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멈췄다.
"처음엔 화가 났어요.
진심이었거든요."
그가 말했다.
"근데 한참 지나서 보니까
그 사람이 맞았어요."
"제가 사랑이라고 부른 건
사랑이 아니었어요."
그가 청중을 한 번 둘러봤다.
"그게 뭔지 알고 나서야
진짜 사랑이 뭔지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박수가 터졌다.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자연스럽게.
처음 일어선 사람이
오른쪽 구역이었다.
그 다음 중앙.
그 다음 왼쪽. 1,200명.
페리클레스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조명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었다.
구조가 됐다.
흐름이 됐다.
아스파시아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오른손 손가락 끝이
폰 케이스를 천천히 두드렸다.
저건 그냥 인플루언서가 아니고,
그냥 채널도 아니다.
저건 담론이다.
혀 밑이 울렁거렸다.
입술이 살짝 떨리고 벌어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 더,
그 아래에서 심장이 뛰었다.
아주 얕고 빠르게.
그녀는 그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느낌을
조금 더 느끼고 싶기도 했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