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1장
씨앗 (4)
미팅이 끝났다.
페리클레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너무 많이
꺼냈다는 감각이 왔다.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엔 조심해야 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아스파시아는
카페에서 나왔다.
메모를 열었다.
채널 수익 구조.
기획 방향.
장기 계획.
3년 뒤의 그림.
잠깐 서 있었다.
많았다.
너무 많았다.
나도 지금 너무 많이
가져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생각이 스쳤다.
이번엔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이게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따라왔다.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폰을 꺼내고,
페리클레스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미팅 전에
제가 초안 정리해서 보낼게요.
먼저 보고 수정하고 싶은 거
표시해줘요."
서점 사인회
줄이 길었다.
사람들이 책을 들고 왔다.
누군가는 말을 못 했다.
그냥 책을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페리클레스가
그 손을 잡았다.
놓지 않았다.
상대가 먼저 놓을 때까지.
그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다.
SNS에 올라가고,
그 사진은 퍼져나갔다.
위험은 아직 멀리 있었다.
여유로웠다.
그는 그냥 거기 있었다.
페리클레스 서재, 출간 3일째, 밤
부정적인 댓글 클러스터가
처음으로 뉴스 기사에 언급됐다.
작은 기사.
세 줄.
편집자에게 전화가 왔다.
“대응할까요?”
“기다려요.”
불편했다.
하지만 그는 그 불편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반박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10 대 1 비율로.
그는 개입하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감각하지도 않았다.
아스파시아 집, 같은 날 밤
그녀는 페리클레스 채널의
댓글을 전부 분석했다.
두 시간.
패턴이 드러났다.
반응 키워드.
이탈 지점.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 유형.
그리고,
하나의 댓글.
"이 분 말 들으면
선택이 흐려진다."
좋아요 735개.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이건 그녀가 심은
씨앗이 아니었다.
그녀가 개입하기
이전부터 있던 댓글이었다.
그녀는 화면을 닫았다.
페리클레스 집, 다음날 밤
아스파시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 시간 돼요?"
그는 물끄러미
메시지를 보다 답했다.
"이번 주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봐요."
보내고 나서,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음에’라고 말한 것이.
이 선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 같았다.
아스파시아가
답장을 읽었다.
"다음 주에 봐요."
한참 봤다.
이 남자가
처음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게
그녀를 쫓는 것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게 불쾌하게도,
이상하게도 좋아 보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더 불쾌했다.
그녀는 답했다.
"알겠어요."
페리클레스 집, 그날 밤
그는 혼자 앉아서
새로운 글의 첫 줄을 썼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 아닌 걸
알게 될 때,"
"진짜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 문장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아스파시아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에 대한 것인지
그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는 계속 써내려갔다.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아스파시아 집, 늦은 밤
그녀는 다시
댓글창을 열었다.
"이 분 말 들으면
선택이 흐려진다."
좋아요 28,000.
그리고 그 아래.
"저는 이 분 말 들으면
오히려 제 생각이 선명해져요."
좋아요 3,200.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두 개의 흐름.
정반대.
이건 계획하지 않은 방향이었다.
그녀가 심은 씨앗이
다른 씨앗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른 씨앗은
그녀가 심지 않은 것이었다.
화면을 닫았다.
그녀는 그 안을 보려고 했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보고 싶었다.
노트를 펼쳤다.
씨앗은 심겼다.
하지만 어느 씨앗이
먼저 자랄지는 아직 모른다.
두 사람.
같은 밤.
한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들여다 보고 있었다.
때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기다림의 끝인지,
시작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