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0장
군침 (4)
행사장 옆 로비 — 밤
행사가 끝났다.
사람들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사인회 줄이 흩어지고,
의자들이 조금씩 비어 갔다.
누군가는
책을 가슴에 안고 나갔고,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확인하며 걸어갔다.
말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조명이 하나씩 꺼졌다.
행사장의 공기가
천천히 식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로비 벽 쪽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잠깐 지켜봤다.
누군가는 울면서 나갔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 방금 북토크 끝났어."
그 말이 공기 속에서 흩어졌다.
아스파시아의 눈이
조용히 움직였다.
사람들이
결정을 들고 나가고 있었다.
이 남자의 말 때문에.
그리고 그의 확신이
세상 어디론가 흘러간다.
아스파시아는
재킷을 정리했다.
이제 충분했다.
사냥터는
이미 다 봤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그때.
"왔네요."
아스파시아의 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한 걸음 더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봤다.
페리클레스였다.
로비 끝.
어둑한 조명 아래 서 있었다.
재킷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아마 안쪽 공간에서
방금 나온 것 같았다.
그는 아스파시아를
보고 있었다.
놀란 기색은 없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스파시아도
놀라지 않았다.
잠깐
둘 사이에 침묵이 있었다.
행사장의 마지막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두 사람만 남았다.
페리클레스가
천천히 걸어왔다.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행사장이 이미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스파시아 앞에서
멈춰 섰다.
두 걸음 정도의 거리.
가까운 것도 아니고,
멀지도 않았다.
그는 잠깐 그녀를 봤다.
평소처럼 차분한 얼굴이었다.
강연할 때와 같은 표정.
아스파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나가다 봤어요.”
페리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따지지 않았다.
의심하지도 않았다.
페리클레스는 재킷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재킷을 팔꿈치에 걸치고,
가방에 손을 넣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아스파시아의 눈이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손이 다시 나왔다.
봉투였다.
얇은 종이 봉투.
A4 크기.
탁자가 없었다.
페리클레스는
그것을 그대로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제안서예요.”
아스파시아의 눈이
조금 찌푸려졌다.
“…뭘요.”
페리클레스의 대답은 짧았다.
“공동 작업이요.”
그는 봉투를
그녀 쪽으로 조금 내밀었다.
“당신의
프로젝트 데이터.”
그는 잠깐 멈추고
말을 골랐다.
“이미 효과와 임상은
충분할 거라 봐요."
아스파시아는
봉투를 보지 않았다.
페리클레스를 봤다.
그의 얼굴.
목소리.
말하는 속도.
전부 지난 밤과 달랐다.
며칠 전의 밤,
그는 선의를 들고 있었다.
지금 그는
판을 들고 있었다.
페리클레스가 말했다.
“제 채널에
당신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리고.”
“당신 프로그램은
제 구독자들에게 필요하고요.”
둘 사이 짧은 침묵이 있었다.
북토크 초대 메일은
어제 도착했다.
발신자 메일은
그녀가 아는 주소였다.
페리클레스.
아스파시아의 눈이
봉투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걸 아직 받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투자예요?”
페리클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당신한테
필요한 게 있습니다.”
페리클레스는
봉투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기다렸다.
아스파시아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봉투.
얇은 종이.
그 안에 들어 있을 것들.
숫자.
구조.
조건.
아스파시아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계산이 동시에 돌아갔다.
페리클레스 채널.
구독자 120만.
SALON 데이터.
872명.
두 시스템이
겹치는 순간.
아스파시아의 손이 움직였다.
봉투를 받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그것을 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왜...”
페리클레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하고 있었잖아요.”
짧은 대답이었다.
로비 안이 조용했다.
행사장의
마지막 조명 하나가 꺼졌다.
두 사람만 남았다.
아스파시아는
봉투를 천천히 뒤집어 봤다.
아직 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다시 그에게 향했다.
그 순간
아스파시아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이 남자.
지금
판을 깔고 있다.
그리고
그 판은 나쁘지 않다.
아스파시아는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페리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요.”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먼저 돌아섰다.
걸어 나갔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조용해졌다.
아스파시아는
로비 한가운데 서 있었다.
손 안에
얇은 봉투.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덫을 발견했을 때의 웃음.
그리고
그 덫이 꽤 괜찮을 때의 웃음.
아스파시아는
봉투를 재킷 안에 넣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판.
내가 먹을 수 있겠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