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4장 

잘 자라야 해. (1)



 INT.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금요일 저녁

 



아스파시아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화면에는

페리클레스의 유튜브 영상이 떠 있다. 

 

조회수가 오르고 있다. 

 댓글이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스크롤을 내린다.




"페리클레스님 영상 보고 울었어요"


"이 사람 말은 왜 이렇게 와닿을까"


"근데 구체적으로

뭘 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음 ㅋㅋ" 





 아스파시아는 

마지막 댓글에서 멈춘다.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알림] 페리클레스님이 DM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스파시아님. 

 그날 이후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번 더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배우고 싶은 게 많습니다.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아스파시아는

피젯 스피너를 돌린다.




변화 가능성.




 이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 개입 타이밍이다. 

 상호작용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아스파시아:

좋아요. 토요일 오후 2시

정원에서 만날까요?




 전송. 





 아스파시아는

피젯 스피너를 멈춘다.










   햇살이 따뜻하다.

 11월의 서울은 아직 춥지 않다.

 페리클레스가 먼저 문 앞에 도착해 있다.


 검은 코트에 회색 목도리.

 그는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기다리셨어요?"




 페리클레스가 돌아본다.



아스파시아.


 흰색 롱코트.

 검은 머리는 느슨하게 묶여 있다.



 그를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페리클레스는 순간 숨이 막힌다. 

 저번하고 다른가...

아니, 같은데... 뭔가 다르다.





"아, 안녕하세요!" 



 "기다리셨어요? 어서 들어가요."




 "네!"





 1층의 연못을 지나 카운터로 걸어가며 

페리클레스가 먼저 말을 꺼낸다.




 "요즘 AI랑 대화하면서

 뭔가 달라진 것 같아요."

 



 '첫 주제가 AI...' 




 "어떻게요?" 




 "제 생각이...

 제 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페리클레스가 웃는다. 

 당황한 웃음이다.





 "이상하죠?

 AI가 정리해준 문장이

 오히려 더 제 진심 같기도 하고."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를 본다.



 약간 수줍어하는 웃음은

아직 자기 힘을 써본 적 없는 수컷 자아.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선

 아예 감각이 없는데.

무의식의 불편함 정도 있겠네.

 

문 열어줬으니,

저기부터 들어가지 뭐.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네?" 



 "당신의 진심은

원래 거기 있었어요.

 다만 말로 꺼낼 방법을 몰랐던 거죠.


 AI는 당신 안에 있던 걸 꺼내준 거예요. 

그래서 낯선 동시에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페리클레스는

멍하니 아스파시아를 본다. 





'...이 사람은 한 번에 알아차리네. 

내가 며칠 고민한 걸.'




 "근데... 사실 인간이라면

 자신의 생각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야 진정성 있는 콘텐츠 같거든요."






 아스파시아가

한쪽 눈을 살짝 찡긋한다.



'정당화? 차별화?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죠.

메뉴, 내가 골라줘?'




 "당신의 진정성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에요."




 "?" 




 "당신이 AI한테 받은 건 그릇이에요.

 근데 그 그릇이 당신 진심을 담기엔...

 조금 비좁아요." 


 페리클레스는 걸음을 멈춘다. 




 "...비좁다고요?" 





응.

수컷이니까 그란데 사이즈.

서비스야.






 





"당신 최근 영상 봤어요. 

말씀 안드렸지만, 저도 팬이잖아요." 





 두 번째 서비스야.

페이는 나중에 받을 거야.




 "...네."




 "사람들이 감동한다고 하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근데 행동은 안 해요."





 "...네?"





 아스파시아가 한 발 다가온다. 




 "당신 영상 보고 

 사람들이 '와, 좋다' 하고

눈물도 흘려요.


 근데 영상 끝나면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가요.

왜 그럴까요?"





 페리클레스는 할 말을 잃는다.

아스파시아는 계속한다.



 "당신이 희망은 주는데 

 변화는 못 주거든요."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느꼈다. 




 내가 만든 파문.

아름다워. 




 "그게..." 




 페리클레스가 입을 연다.





 "저는 그냥...

 사람들이 힘내셨으면 해서..."




 "맞아요." 


 아스파시아가 부드럽게 말한다.




 난 이 파문을

더 크게 일으키고 싶어.

이게 나의 진심이야. 





 "당신의 진심은 진짜예요. 

 의심 없어요.

그리고 진심만으론 부족해요. 

 

사람들한테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하면

 그 순간은 기분이 좋아져요.

 근데 그 다음이 없으면 오히려 더 무력해져요.



 '나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뭘 해야 하지?'

 '나는 안 될 것 같은데...' 


 이 질문들이 답 없이 쌓이면 

 그게 이 돼요." 





 페리클레스는 숨이 막힌다. 




 그러니까 페리클레스,

나의 진심을 받아.




"그럼..."




 그의 목소리가 떨리다가

다시 단단하게 낮아진다.




 "제가 지금까지

 사람들한테 독을 주었단 말입니까?" 





 아스파시아는 그를 본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여기서 무너뜨리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돼. 

방향을 줘야 해.'




 그녀는 미소 짓는다.



 "진심을 뿌렸죠.

다만 그 진심을 담을 제대로 된

그릇이 없었던 거예요."




 "그릇...?"

 





"네."





 아스파시아가 앞으로 걷기 시작한다.

 페리클레스가 따라온다. 




"당신은 진심을 말에 담아 전달하잖아요.

 AI는 당신한테 그릇을 줬어요.

진심을 담는 그릇, 언어 말이에요.


그게 일종의 그릇이죠.

 근데 그 그릇에 구멍이 있는 걸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진심을 부어도 계속 새는 거고."





 페리클레스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제가 그 구멍 메워드릴 수 있어요." 





 페리클레스가

그녀를 바라본다. 




 "...정말요?" 




 아스파시아가

돌아보고 미소 짓는다.





내가 이쁘게 만들어줄게.

내 그릇, 내 스피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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