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3장 

헤타이라의 정원 (1)





늦은 오후,

페리클레스는 정원 입구에 섰다.



토요일 오후 3시. 서촌 '정원' 카페.





 그는 왔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는 입구 앞에서 3분째 서 있다. 

 손은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그냥...

커피 한잔 하는 거잖아.

 대화 좀 하는 거고.' 





 설득이 안 됐다.





 'Aspasia.' 



 그 이름만 떠올려도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구독자 4천명.

내 30분의 1도 안 돼.

별거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페리클레스는 문을 밀었다.




 딸랑- 



종소리가 작게 울렸다.

 카페는 생각보다 넓었다.




 아니,

넓다기보다는...깊었다. 


 중앙은 뚫려 있었고,

입구에서 안쪽으로 여러 층이 

수직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상한 구조네.' 





 첫인상은

고풍스러운 대리석 기조의

클래식 카페. 







 그리스를 연상케 하는

테라코타 화분과 이국적인 나무들. 


 하지만 군데군데

형광 핑크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KNOW THYSELF같은 프레임 장식품.





 그 네온 프레임 옆에는

고대 그리스 신상이 놓여 있다. 


반짝이는 홀로그램 재질. 

 가슴에 난 구멍으로,

반짝이는 전구 다발이 드리워져 있었다. 




 위에 올려다보이는 카페 공간에는

빈티지 가죽 소파 옆에 놓인 투명 아크릴 의자. 

 선반에 꽂힌 오래된 양장본 철학책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피규어. 









 '뭐지, 이 조합은... 

만든 사람 취향이 대체...' 






 1층 입구에는

바로 옆에 작은 연못이 있다. 




 실내에 연못이라니.

 페리클레스는 신기해서 다가갔다.

 바닥에는 모자이크 타일이 깔려 있었다. 





 그는 물을 들여다봤다.

 자기 얼굴이 비쳤다.


 미세한 파문이 일며

바닥의 기하학 무늬가

 그의 얼굴에 겹쳤다 흩어졌다. 





 '여기가 시작이구나.'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닌데, 

그냥 알았다. 



 연못은 원형이었다.

 지름 2미터쯤.

 물은 맑았지만 깊이는 알 수 없었다. 



 연못 바닥의 타일에는

뭔가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고대 그리스어 같기도 하고,

 추상적인 기호 같기도 했다. 





 연못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놓여 있다.


 불규칙한 크기, 불규칙한 간격. 

 하지만 그 불규칙함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어떤 돌은 거칠고,

어떤 돌은 매끄러웠다.

어떤 돌은 검고,

어떤 돌은 흰색이었다. 



 "이거...계산되어 있어..." 






 페리클레스는

묘한 불쾌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아는 아름다움이 아닌데,

강제로 느끼게 되는 기분.

 그는 시선을 들어 안쪽을 봤다.



카페는 하나의 거대한 우물 구조였다.

중앙이 원형으로 뚫려 있어서, 

 1층에서 꼭대기까지 한눈에 보였다.  















 2층 - 벤치 정원



 연못 너머로 3단 계단. 

 그 위로 원형 공간이 펼쳐졌다. 

 흰색 대리석 벤치 6개가

 완벽한 육각형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다.



 각 벤치 뒤로는 작은 월계수 나무.

 바닥은 크림색 타일.


 벤치들 사이사이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는

 체스판, 타로 카드, 빈 노트가 놓여 있었다.







3층 - 중앙 테라스


 3층은 분홍색 대리석 바닥에, 

유리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4층 - 아고라


 테라스 위로 더 높이,

 4개의 기둥이

원형 공간을 떠받치고 있다. 


각 기둥에는 세로 홈 12개.

 기둥 사이는 탁 트여 있어서, 

아래층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기둥 하나하나에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멀어서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리스 문자.






5층 - 옥상 정원




 신전 위로 더 올라가면 옥상. 

 유리 천장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8개의 테라코타 화분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중앙에는 벤치 하나.


 화분마다 다른 식물들. 

 올리브, 로즈마리, 라벤더...

 그리고 하나는 비어 있었다.






6층 - 꼭대기



 가장 위.

흰색 천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천 사이로 뭔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황금빛.





 '공사 중인가?'





 "어서오세요." 


 직원의 목소리. 



 페리클레스는 놀라 돌아봤다. 




 "아, 예약하신 분이시죠?

3층 테라스 자리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는 계단을 향해 걸었다.

 3단. 




 '2층 지나쳐서 3층으로 바로 가는 건가.' 





 첫 번째 계단에 발을 올렸다.

 순간, 발이 무거웠다. 



 '왜 이러지.'





 두 번째 계단. 



 '나 지금 진짜 뭐 하는 거야.'




 세 번째 계단.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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