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2장 Part 5

나는 아직 집이 없으니까 (5)






[페리클레스의 방 – 라이브 방송 다음 날 오전]




페리클레스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본다. 



[알림 743개]


 그는 스크롤한다.




"어제 방송 대박이었어요!"



"Aspasia랑 뭔가 있는 거예요? ㅋㅋ"



"둘이 콜라보 해주세요!" 




 페리클레스는

휴대폰을 던진다.




 "콜라보?" 




 그는 천장을 본다.




 "말도 안 돼."





 하지만 그의 손은

다시 휴대폰을 집는다. 

그리고 유튜브를 연다. 


 Aspasia의 채널. 



구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어난 구독자수가 눈에 띈다.

그는 잠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새 영상 업로드됨 – 3시간 전]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조회수: 1,957회 




 페리클레스는 영상을 응시한다.





 "...또?"




 그는 클릭한다.





[아스파시아의 새 영상]



 여전히 검은 배경.

미세한 노이즈.

 그녀의 목소리만 들린다.




"바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먼지가 날리고,

파도가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바람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바람의 결과는 봅니다.

영향력이란 그런 것입니다.


당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만으로 세상이 움직입니다.





불은 스스로 타오르며

주목받습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영상이 끝난다.

 페리클레스는 멍하니 화면을 본다. 




 "...이 사람 지금 나한테 하는 거지?" 




 그는 댓글창을 연다.




"이거 완전

어제 페리클레스 방송 보고

만든 거 아님? ㅋㅋ"



"오 이거 디스곡인가 ㅋㅋㅋ"



"Aspasia님 진짜 멋있어요.

조용한 카리스마."



"페리클레스 VS Aspasia 구도 재밌다 ㅋㅋ"





페리클레스는

댓글을 쓰기 시작한다.





마지막 남은 잔열.

우레의 첫 울림이 퍼져나간다.








[페리클레스의 댓글]



 타이핑.


"바람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고요?

그럼 바람은 불 없이 따뜻할 수 있나요?" 




 작성 완료.

 그는 3초간 망설인다. 





 "...이러면 지는 건가?" 




 삭제.

 다시 타이핑.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너무 약해."



 삭제.

 타이핑.



"보이지 않는다고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빛을 원합니다."


 작성 완료. 

사람들이 보고 있다.

올리면 1초 안에 노출된다.


 그는 댓글 작성 버튼 위에

커서를 올린다.

 5초. 10초.


 "...젠장."




 삭제.




 페리클레스는 노트북을 닫는다.





"왜 나 이러고 있는 거야."





[같은 시각 –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아스파시아는

자신의 새 영상 댓글을 보고 있다.

 그녀는 특정 프로필을 기다린다.




 1분.

 3분.

 5분.



 댓글이 없다.

 아스파시아는 눈을 가늘게 뜬다.





 "...참고 있네." 


 그녀는 미소 짓는다.

 "좋아."



☴ 바람의 첫 움직임.



 그녀는 페리클레스의 최근 영상으로 간다. 


["진심은 설계될 수 있는가"]



 그리고 새 댓글을 단다.





[Aspasia의 새 댓글]





"이 영상 다시 봤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설계된 진심'이라는 개념,

이걸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시나요?



말로는 이해했지만,

실제 당신의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혹시 이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까요?"




 댓글 게시. 





 아스파시아는

피젯 스피너를 돌린다. 





 "바람은 기압이 만들어져야 불 테니까."





[페리클레스의 방 – 30분 후]





 페리클레스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새 댓글: Aspasia님이

회원님의 영상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휴대폰을 든다.



 "...또?" 



 알림을 클릭한다. 댓글을 읽는다.





"혹시 이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까요?" 





 페리클레스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다. 





 "대화?" 




 그는 Aspasia의 프로필을 클릭한다. 

구독자 수를 확인한다.





 "...또 늘었어." 




잠시 뒷목이 서늘하다.




 그는 댓글을 다시 본다.





"혹시 이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까요?"




 페리클레스는 생각한다.





답글을 달아야 하나?

무시해야 하나?

아니면...





 그는 답글을 쓰기 시작한다.  










[페리클레스의 답글]



 타이핑.


"대화요?

댓글로 하면 안 되나요?" 



 삭제. 




 "...너무 소극적이야."



 타이핑.



"좋습니다.

언제 시간 되시나요?" 



 "뭐래...

너무 적극적이야." 



 삭제. 

 타이핑.



"실제 창작 과정이라...

댓글로 설명하기엔 복잡하네요.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연락 가능하신가요?" 




 페리클레스는 그 문장을

10초간 응시한다.




 "...이거 보내면."



 그는 심호흡한다. 


 "이거 보내면

뭔가 시작되는 거잖아."





우레는 한 번 울리면 멈출 수 없다.






 그는 댓글 작성 버튼을 누른다. 




[댓글 게시됨]




 "...했다." 




 페리클레스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진다. 

 그리고 베개로 얼굴을 덮는다. 



 "아아아악."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5분 후]





 아스파시아의 화면에 알림이 뜬다. 





[새 답글: 페리클레스님이

회원님의 댓글에 답글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알림을 클릭한다. 

 답글을 읽는다.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연락 가능하신가요?"





 아스파시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짜로. 





 "...됐네."






  [Aspasia의 답글]





"물론이죠.

이메일: aspasia.flows@gmail.com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댓글 게시.



 아스파시아는

의자에 깊이 기댄다. 





 그녀는 개운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은 틈새로 스며들어,

모든 것을 움직인다.   




INTO THE 6TH HOLE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