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2장 Part 4
나는 아직 집이 없으니까 (4)
[페리클레스 라이브 방송 – 밤 10시]
실시간 시청자: 2,847명
페리클레스가 화면에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그의 목소리에 긴장이 있다.
"오늘 제목이 좀 공격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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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습니다."
댓글이 빠르게 올라온다.
"페리클레스님 무슨 일 있어요?"
"제목 보고 놀랐어요 ㅋㅋ"
"뭔가 화나신 것 같은데..."
페리클레스는
화면을 똑바로 본다.
"요즘 저는 제 진심과
제가 전달하는 방식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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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분이
아주 정확하게 그 혼란을 짚어줬죠."
그는 잠시 멈춘다.
"경계는 흐릿하다고.
진심과 전달 방식을
구분할 수 없다고."
페리클레스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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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는 심호흡한다.
불이 타오른다.
"진심은 흐릿하지 않습니다.
진심은 명확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돕고 싶습니다.
이게 제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저는 언어를 선택합니다.
영상을 편집합니다.
썸네일을 만듭니다.
이게 제 방식입니다.
진심과 방식은 다릅니다.
하지만 방식이 진심을 흐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진심은
어떤 방식으로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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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폭발한다.
"와... 이거 누구 겨냥한 거예요?"
"페리클레스님 멋있어요!"
"뭔가 싸우는 건가 ㅋㅋㅋ"
페리클레스는 계속한다.
"누군가는 말했죠.
물길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습니다.
물길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는 물이 아닙니다.
나는 불입니다.
불은 물길을 따르지 않습니다.
불은 스스로 타오릅니다."
실시간 시청자: 14,782명
"그리고 불이 타오를 때,
사람들은 그 빛을 봅니다.
설계가 아니라 열정을.
계산이 아니라 진심을."
"저는 누구의 물길도 따르지 않습니다.
저는 제 길을 비추는 주체적인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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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같은 시각]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의 라이브를 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불은 자기가 불인 줄 알아."
그녀는 피젯 스피너를 돌린다.
"하지만 불은 몰라.
불이 타오를수록 수증기가
그를 감쌀 거라는 걸."
아스파시아는 댓글창을 연다.
그리고 천천히 타이핑한다.
물은 저항하지 않는다.
[아스파시아의 실시간 댓글]
"불은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타오르는 그 열정도.
당신의 불꽃,
잘 보고 있습니다. :)"
댓글이 올라간다.
페리클레스가 그 댓글을 본다.
그의 표정이 굳는다.
"...Aspasia."
그는 댓글을 읽는다.
페리클레스의 손이 떨린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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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빠르게 올라온다.
"누구예요 저 사람?"
"Aspasia...? 그 사람 아닌가?"
"오 이거 뭔가 싸움 같은데 ㅋㅋㅋ"
페리클레스는 화면을 본다.
그는 답하고 싶다.
뭐라고든.
하지만 그의 입이 열리지 않는다.
"...젠장."
그는 심호흡한다.
"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실시간 시청자: 18,947명
"좋은 밤 되세요."
[방송 종료]
화면이 꺼진다.
페리클레스는 의자에 깊이 앉는다.
"...저 사람."
그는 Aspasia의 댓글을 다시 본다.
"당신의 불꽃, 잘 보고 있습니다. :)"
페리클레스는
노트북을 닫는다.
"싫다."
그는 중얼거린다.
"저 사람 싫은데."
그는 창밖을 본다.
비가 여전히 내린다.
"근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거야."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아스파시아는
자신의 채널 통계를 본다.
[실시간 구독자 증가]
구독자: 2,891명 (3시간 전: 681명)
[실시간 조회수 증가]
조회수: 12,483회 (3시간 전: 362회)
그녀는 메모장에 입력한다.
불은 밝다.
하지만 불은 타오르며 사라진다.
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물은 흐르며 채운다.
불이 저항할수록,
불은 더 많은 공기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공기는,
결국 물을 끌어올리는 흐름을 만든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
페리클레스의 방.
그는 침대에 누워 있다.
천장을 본다.
Aspasia의 목소리가 맴돈다.
"물은 스스로 흐르지만,
물길은 설계됩니다."
"물길..."
페리클레스는 눈을 감는다.
"나는 불이야.
나는 물길 따위 필요 없어."
그런데 왜.
"왜 저 사람 말이 자꾸 맴도는 거지."
물은 낮은 곳을 향해 쉬지 않고 흐른다.
불은 높은 곳을 향해 타오르다 꺼진다.
불이 타오를수록,
공기는 그 불을 향해 흐르고,
물은 그 공기를 타고 스며든다.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