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2장 Part 2
나는 아직 집이 없으니까 (2)
두 개의 화면 / 분할된 프레임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페리클레스의 스튜디오가
동시 화면에 떠오른다.
[좌측 – 아스파시아 (산, ☶ 001)]
창문은 닫혀 있다.
공기는 차고,
차향도 남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화면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몸은 미동이 없다.
아까 본 페리클레스의 영상 속 한 구절이
그녀의 귀에 다시 울렸다.
“모든 감정은
당신의 에너지가 될 거예요.”
그녀의 개념,
지금은 페리클레스가
그걸 퍼뜨리고 있었다.
페리클레스의 라이브 화면에서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감정은 나쁜 게 아니에요.
감정이 우리를 연결시키잖아요.”
그 말에,
아스파시아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 미세한 움직임이
그녀의 팔로, 어깨로,
천천히 퍼져 나갔다.
산의 첫 움직임.
움직이지 않던 땅이 호흡한다.
감정은 땅속에서 위로 올라오는
수증기처럼 스며든다.
좋아, 이 호흡 받고,
작업할 때야.
아스파시아는 방금 올라온
페리클레스의 새 영상 공지를 본다.
["진심은 설계될 수 있는가" - 내일 오후 6시 업로드]
그녀는 메모장을 띄워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아스파시아의 노트]
상황 분석:
페리클레스는 '설계'라는 개념에 도달했다.
그는 자신의 진심과 의도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
내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주제에.
아스파시아는
마지막 줄을 바라본다.
3초.
길게 Delete.
다시 타이핑한다.
이것은 취약점이자 기회다.
다음 단계:
그가 혼란을 해결하도록 돕는 척한다.
실제로는 그 혼란을 더 깊게 만든다.
그를 통해 내 언어를 대중에게 전달한다.
스킨 부스터 맞기(혹시 모르니)
아울렛 겨울 코트
핵심:
땅은 하늘을 떠받친다.
하늘은 땅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나는 그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토대는 결국 전체를 지배한다.
아스파시아는 타이핑을 멈추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우아하게 목을 천천히 늘렸다.
'그리고 땅은 산처럼 솟아올라,
전부 내 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겠지.'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숨을 내뱉듯이 말했다.
“나는 그냥...
받아들이면 돼.”
어두운 방,
노트북의 불빛이
길게 뻗은 그녀의 목선에
희미한 능선을 그렸다.
페리클레스는
영상 업로드 버튼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편집은 끝났다.
썸네일도 완성됐다.
업로드 공지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마우스 위에서 멈춰 있다.
"이 영상을 올리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아."
그는 영상을 다시 재생한다.
[진심은 설계될 수 있는가]
"여러분, 저는 요즘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전하는 이 메시지들,
이것들은 정말 진심일까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진심이라는 것이 설계될 수 있을까요?"
"저는 AI와 대화하면서
깨달았습니다.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AI에게 진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우리는 진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언어를 설계합니다.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배열하고,
감정을 조율합니다.
그렇다면 이 설계된 진심은
여전히 진심일까요?
아니면 그것은
일종의 조작일까요?
저는...
아직 답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진심이든 설계든,
그것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여러분의 삶에 빛을 비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늘은 스스로 빛나지만,
그 빛이 의미를 갖는 것은
땅 위에 생명이 있을 때니까요."
"이 생명을 비추고
여러분에게 이 진심을 전하는 것이
저의 의도이자 설계입니다."
페리클레스는 영상을 멈춘다.
"좋아."
그는 업로드 버튼을 누른다.
[업로드 완료]
그는 의자에 기대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연못의 첫 진동.
그의 말은 이제 파문이 된다.
청중의 공기, 댓글창의 숨소리,
그 모든 것에 미세하게 스며든다.
페리클레스의 연못에
아스파시아의 산이 비친다.
그녀의 모니터 화면 속,
그의 얼굴이 일렁였다.
아스파시아는 생각했다.
'산이 없으면,
연못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
그래서 넌,
언젠간 나를 찾게 돼.
그 고요한 표면에선
너 자신조차 사라지거든.'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