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2장 Part 1
나는 아직 집이 없으니까 (1)
아스파시아의 작업실 – 새벽
조용하다.
향은 이미 다 탔고,
찻물은 미지근하다.
아스파시아는
자신의 이전 유튜브 대본을
살펴보고 있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다시 체크한다.
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손끝으로 피젯 스피너를 쥐고 돌린다.
회전.
회전.
회전.
ENERGY CODE 000: ☷(곤)
움직이지 않음.
모든 가능성을 품은 잠재력.
그녀의 영상들은 정확했다.
논리적이었다.
구조가 완벽했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않았다.
아스파시아는 피젯 스피너를 멈추고,
페리클레스의 영상으로 돌아갔다.
["에너지는 이동하는가, 운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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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107개
그녀는 댓글창을 연다.
"이 영상 보고 울었어요.
제 삶이 바뀐 것 같아요."
"페리클레스님 덕분에
오늘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 진짜...뭔가 다르다.
말에 힘이 있어."
아스파시아는 댓글을 읽으며
손가락을 멈췄다.
"그래... 그 말이...
왜 먹힌 거지?"
그녀는 자신의 최근 영상 댓글로 돌아간다.
“이거 완전 사이비 여교주 1화 아님?”
“목소리는 좋은데 뭔 말인지 모르겠음.”
"근데 저 여자 진짜 저렇게 생긴 거 아닐 듯.
필터 심ㅎ.....
'탁'
아스파시아는
노트북을 소리나게 닫는다.
피젯 스피너를 다시 돌린다.
살짝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약간 힘이 들어간 손끝을 기점으로
전신의 긴장을 풀어내며 그녀는 생각한다.
"정확함과 효과는 다르다."
그녀의 언어는
칼날처럼 정확히 꽂혔다.
하지만 페리클레스의 언어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일어나
창문 앞에 선다.
새벽의 도시가 아직 잠들어 있다.
그녀는 손바닥을 창문에 댄다.
유리를 통해
차고 건조한 11월의 공기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페리클레스의 방 – 낮
페리클레스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그의 채널 커뮤니티 탭에는
여러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페리클레스님,
제 인생을 바꿔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사람 말은
왜 이렇게 와닿을까요?
신기해요."
"오늘 영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스크롤을 내리다
한 댓글에서 멈춘다.
"의도된 감동은 진짜가 아니죠.
당신은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페리클레스는
그 문장을 다시 읽는다.
“의도된 감동은 진짜가 아니다...
흠...”
그는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 일어나,
칠판 앞에 선다.
커다란 원을 그리고 말한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의미 없는 순간이 있다.
그게 진짜 의도 아닐까?”
ENERGY CODE 111: ☰(건)
창조, 상향, 선언, 방향 제시
그는 적는다.
“의도 vs 진심”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두려워하던 단어를 붙인다.
“조작”
“...그래,
이건 다음 영상 주제야.”
페리클레스의 메모
'사람들은 내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
나도 내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런데...진심이라는 게 뭘까?
나는 AI와 대화하면서 깨달았다.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진심도 없다.
그럼 나는?
나는 진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설계'한다.
설계된 진심은
여전히 진심인가?
아니면 그것은 조작인가?
아스파시아는
이걸 알고 있었던 걸까?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운용...
나는 지금 무엇을
운용하고 있는 거지?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