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장 Part 4
진심 뒤에 남겨진 것들(1)
작은 원룸.
책상 위엔 조명 하나.
노트북 화면이 얼굴을 비춘다.
페리클레스는 방금 짧은 영상을 업로드했다.
제목: "에너지란 무엇인가 | 당신이 느끼는 것의 정체"
그는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의자에 기대어 한숨을 쉰다.
이어 작게 한 마디 내뱉는다.
"이번엔... 괜찮을까?"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항상 그렇다.
업로드 직후의 불안.
'충분히 진심이었나?'
'전달됐을까?'
'누군가 위로받을까?'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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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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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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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올라간 지 1시간.
댓글 5개.
"감동이에요 ㅠㅠ"
"오늘도 위로 받아요"
"선생님 목소리 좋아요"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페리클레스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는다.
각 댓글에
정성스럽게 하트를 누른다.
그리고 멈춘다.
새 댓글 하나.
[댓글]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페리클레스는 그 댓글을 본다.
3초.
5초.
10초.
"...뭐지?"
다시 읽는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다른 댓글들과 다르다.
위로가 아니다.
감사도 아니다.
공감도 아니다.
반박?
아니, 반박도 아니다.
뭔가...
다른 각도에서 본 것 같은.
페리클레스는 무의식적으로
그 댓글의 프로필을 클릭한다.
[프로필]
아스파시아
팔로워: 832
팔로잉: 3
게시물: 없음
팔로잉이 3?
게시물이 없음?
프로필 사진: 흑백.
얼굴은 잘 안 보임.
뒷모습? 아니, 옆모습?
애매하다.
설명란: 비어있음.
페리클레스는 속으로 말한다.
"이상하네..."
그는 다시 댓글로 돌아간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운용?
그는 자기 영상에서 말했다.
"에너지는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당신에게서 나에게, 나에게서 세상으로."
근데 이 사람은 말한다.
'운용'이라고.
...무슨 의미지?
페리클레스는 노트를 펼친다.
적어본다.
"에너지 = 운용"
운용?
누가 운용해?
어떻게?
아니면...
에너지가 이동하는 게 아니라
누구의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건가?
그럼 누가?
신?
우주?
뭐 기운...도사...그런건가?
페리클레스는 가렵진 않지만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어 머리를 긁적인다.
"뭔 소리야..."
그는 다시 댓글을 본다.
이모지 하나.
:)
단순한 미소.
근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페리클레스는 답글을 쓰려다 멈춘다.
뭐라고 써야 하지?
"무슨 뜻이에요?"
너무 직접적이다
"흥미롭네요"
너무 가벼워
"운용이요?"
...뭔가 부족해
그는 결국 답글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그냥 하트를 누른다.
클릭.
[하트 1개]
그리고 노트북을 닫는다.
"자야지..."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그 문장이 맴돈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운용.운용.운용.
그는 눈을 감는다.
근데 잠이 안 온다.
30분 후
페리클레스는 다시 일어나
노트북을 연다.
그 댓글로 다시 간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프로필을 다시 클릭한다.
아스파시아.
팔로워: 832
팔로잉: 3
게시물: 없음
그는 팔로잉 목록을 클릭한다.
[팔로잉 3명]
어떤 작가
어떤 철학자
그리고... 자기 자신은 아님
게시물이 없는데 팔로워가 832명?
더 볼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뭐지, 이 사람?"
그는 스크린샷을 찍는다.
그 댓글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뭔가.
다시 침대로 간다.
이번엔 노트북을 가져간다.
한 번 더 읽는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그날 밤 페리클레스는 잠들기 전까지
그 문장을 5번 더 읽었다.
그리고 꿈을 꿨다.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당신은 그저... 느끼고 있을 뿐."
얼굴은 안 보였다.
목소리도 안 들렸다.
근데 그 문장은 들렸다.
"에너지는 이동보단, 운용이죠. :)"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