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장 Part 3

온리팬스를 열까? (1)









FLASHBACK – 

십년 전, 강남 모처  룸살롱



 아스파시아는 정장을 입고,

친구의 소개로 어떤 "문화 경험”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월 억대를 버는 그 친구는

이것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세상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만히 잔을 들고 있었고,

남자들 사이에서 적절히 웃으며, 

무엇에 익숙해져야 하나

대화에 가만 귀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한 여성이 들어와

테이블에 앉았다.


보드랍게 흐르지만 선이 완벽한 코,

살짝 웃는 상으로 고정된 입꼬리, 

옷 위로 비어져나온 볼륨감,

매끄러운 턱선. 

클리셰적 미인.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남자들의 욕망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이미지였다. 


 그녀는 외모도 완벽, 센스도 정확, 

스폰서 대기 리스트가 늘 3명쯤은 깔려있는

이 판의 정석이었다. 





 수정 언니는

처음엔 다정하게 웃었다. 


그러다 아스파시아를 스윽 훑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언니는 약간 지적인 매력 쪽이구나~ 

그 느낌 있다. 약간 책 읽는 얼굴, 

근데 그 눈매는 너무 생각 많아보이잖아~ 

요즘 그런거 잘 안 먹혀. 


 내가 잘하는데 소개해줄게. 

한 번만 해도 진짜 이미지 확 산다?

그냥 고민하지 말고 가봐. 

나도 하고 나서 반응 완전 달라졌어.










화장실 – 5분 뒤




 아스파시아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붉은 조명이 자기 얼굴의 

‘입체감 부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자신을 쳐다봤다.


 

무표정.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숨이 막혔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스파시아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위상차 기반 / 자존감 증폭 / 시도.

전형적인 패턴. 



 아스파시아는 그 패턴은

분석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평가 자체는 정확했다. 




 아스파시아는 생각했다. 



'이건 당연히 권유가 아니다. 

너는 기준 미달이라는 평가야.

 나는 지금 이 판에 맞지 않는다.'



 '이 시대의 시선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건 지금 이 필드에서

숨쉴수도, 뛸 수 없다는 평가다.'






 욕망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필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지금 이 외형으로는

집단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녀는 클러치를 집어 들고 조용히 술집을 나왔다.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다. 











 현재 아스파시아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날의 제안을 떠올린다.


그때와 다르게, 지금의 윤곽은

빛의 흐름을 지휘할 수 있다. 







 다시 회상- 

강남역 인근, 겨울





 “수술은 어렵지 않아요. 

인아웃라인 쌍꺼풀과 앞트임 약간.

코는 실리콘 안 넣고

코끝만 살짝 윤곽 잡아드릴게요.” 





 아스파시아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장 너머로

광고판 너머의 어떤 조형물처럼 

예의 미의 여신, 비너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스파시아는

그 얼굴을 마주보며 생각했다. 





 “지금 필요한 조정은 한다.


 문제는, 이 조정이 

내 정체성을 흔드는가 아닌가다. 


그리고 아니다.” 






 성형외과에서 나와 마주한

거리의 불빛, 차가운 공기,


화장품과 향수, 

먼지와 히터 냄새가 뒤섞인 도시의 호흡. 





 아스파시아는 

 그녀의 팔을 잡는 헌팅남을 가볍게 밀어내며 

 비너스의 얼굴 가죽으로 뒤덮인

도시 전체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너에게

참가 승인을 받진 않았다.


대신, 나는 네 가죽 위에 난 길이 향하는

종착지가 될 거야.



 너의 얼굴을 찍어낸 사람도,

 결국 너처럼 되고 싶어하는 복제품들도,

나에게 성형을 권한 그 여자조차도

내 방향을 따르게 될 거야."







 아스파시아는 수술 붓기가 빠진 후, 

그녀를 그 자리에 데려갔던 친구에게

수정언니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며칠 후, 수정 언니의 스폰서가

그녀를 정리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INTO THE 6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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