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1장 Part 2

시작부터 거부당하는 신의 탄생








제목:

“욕망은 당신을 움직입니다.

당신은 그 욕망을 이해하나요?”



채널명:

salon d’O



영상 요약:

아스파시아, 흰 셔츠에 찻잔. 

조용하고 정제된 말투.


얼굴보다는 손끝 움직임과

공간 전체를 비추는 앵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정교하게 긁는 느낌.

시선은 화면 너머의 무의식을 응시하듯.


내용은 감정, 욕망, 

그리고 인간 행동의 설계적 구조에 대해.




마무리 멘트:

“당신이 욕망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Salon d'O 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댓글 반응:


“오...왜 이렇게 무섭게 맞는 말만 하지?”



“목소리는 좋은데 뭔 말인지 모르겠음.”



“좀 지루함… 

그냥 조곤조곤 말하는 게 트렌드인 듯? 

요새 이런 여자 많음”



"이거 완전 사이비 여교주 1화 아님?"



"전 결국 욕망을 느끼고 싶어서

뭔가를 원하고 있었던 거군요...

아스파시아님 덕분에 깨달았어요..."



"기획은 좋네.

근데 저 여자 진짜 저렇게 생긴 거 아닐 듯.

필터 심함."








화면 밖,

 아스파시아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반응을 살피고 있다. 


볼륨은 작지만 난해한 비트의 앰비언트 음악, 

 식어가는 차가 담긴 다관.

 턱에 괸 손가락 끝에 잠시 힘이 들어갔다.


댓글 패턴.

댓글 간 간격.

클릭률.

시청 시간. 


모든 것이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다. 

아니, 저조하다. 



 잠시 침묵.


거울을 본다.

 자신과 눈을 마주친다.











   “...왜 반응이 없지?” 


“내가 잘못된 지점을

건드린 건가?”





그녀는 기획서와 대본을 다시 확인했다. 


언어는 완벽했다.

감정 흐름, 카메라 거리, 색온도, 편집 템포, 

시청자의 눈동자 움직임까지 계산돼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감정이 움직이지 않았다.

 



  

“불가능해.

나는 옳은 말을 했다."


"이해 못한 건 그들이다.” 





 아스파시아의 손이 마우스를 내려찍는다. 

 클릭. 클릭. 정적.





“아무리 봐도

기획에 문제가 없는데. 

그런데 왜 반응이 없지?” 





 “반응이 나왔어야 했다.

나의 말이 움직임을 일으켰어야 했어. 


 대중의 감정이, 

 무반응이라는 형태로 저항했다는 건..."





그녀는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을 이어갔다.




"...그들 스스로의 무의식이

 나에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들이 아직 

배고프지 않다는 뜻이야.”  















그녀는 그녀의 영상 끝에

관련 영상으로 소개되는

 페리클레스의 영상을 클릭했다. 


 페리클레스 영상은 수십만의 조회수,

수천 개의 하트와 눈물 이모지로 넘쳐나고 있다. 





 “오늘도 위로가 됐어요.”

 “진심이 느껴졌어요.” 




 아스파시아는 그 댓글을 본다.

 그리고 작게 내뱉었다.




“뭐지...

뭘 먹고 싶은 거지...?"















 아스파시아는 어둡고 조용한 방 안, 

모니터 앞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브라우저에는 다음이 열려 있었다:


“온리팬스 개설 가이드: 초보자를 위한 10단계”

“현직 성인배우의 정치 진출기: 그녀는 어떻게 국회에 입성했나?”

“여성성은 무기다: 정치적 섹슈얼리티 활용법”

“인간의 욕망 패턴과 시청각 자극의 상관관계 (논문 PDF)”

“XXX 팬 커뮤니티 - 관심글 모음” 





 그녀의 손은 마우스를 쥐고 있었지만,

손가락은 클릭을 거부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머뭇거림이었다. 


 이 시대의 최단 경로.

하지만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획한 모든 것들을 잘라내야 했다.




 그녀는 클릭을 계속 이어갔다.



 “전직 성인배우 XXX,

8만 팔로워 기반으로 여성인권위원 당선! 

‘내가 가진 모든 경험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길’” 




 아스파시아는 코웃음을 쳤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아주 작은 경련이 스쳤다.





아스파시아는

자신의 뇌에 코딩을 하듯이

한 단어씩 천천히,

또박또박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를

브랜드화했고,


그 브랜드는

 욕망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

정당성을 얻었다.



대중은 욕망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개혁을 환호했다. 


 뭐가 바뀐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상관없다. 


변화 이전에 필요한 건,

 욕망을 주사해서, 마취하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대상을 정치화하는 것.


 팔리는 것 위에

도덕의 껍질을 입히는 거다."








 그녀는 자신을 화면 속

작은 웹캠에 비춰본다. 






 정제된 이미지.

세팅된 조명에, 세팅된 얼굴,


흠 잡을 곳 없는 뼈 구조, 빛 각도, 조명 톤.


한 폭의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에서 나온 듯한,

지적인 미인이 모니터에 등장했다.








INTO THE 6TH HOLE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