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이아이아 행성의 하늘은 

보라색 무늬가 번지는 듯한 물결로 출렁였고, 

궁전 안의 공기는 꿈처럼 느리게 흘렀다. 




 오딧세우스는 잠들지 못했다. 

 그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이 감각을 외면했을까?’ 




 말로는 닿지 않지만,

 무언가가 그의 내면에서 울리고 있었다. 











 궁전의 벽은 숨을 쉬듯 떨렸고, 

창문 틈새로 보이는 

정원은 더 이상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감각을

미묘하게 어긋나게 하는

아있는 공간,


정과 기억이 비틀려서 되비치는

내면의 미궁 같았다.











오딧세우스는 다시 키르케를 찾았다.


 “그들이 괴물로 변한 건…

 결국 자기 내면이 드러난 것이라는 말입니까?” 


 키르케는 볼에 담긴 달빛에 손을 얹었다. 

















  “우리의 언어는 

 우리가 지성체로 살아온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마법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어떤 말로 자기를 불러왔는지, 

 어떤 구조로 자기 세계를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봐야 해요.”  







그녀는 볼에서

무언가를 포착한 듯이, 

 볼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허공에 그었다. 


 마치 허공에 무엇을 그려야 할 지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처럼 

 그녀의 움직임은 유려하고 막힘이 없었다. 


 그 동작의 끝에,

빛의 선들이 실처럼 엮여 

 작은 기하학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게 당신의 자기 인식 지도예요."




"이 구조물 안에

당신이 자주 쓰는 말들, 

반복되는 감정들,

 그리고 감각의 반응 패턴이 들어 있어요.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생성된 거죠."



" 다른 말로 하면, 세상이,

당신의 말을 대신 썼어요. 

 당신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오딧세우스는 그 형체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자신을 밖에서 바라보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그에게 선사했다. 


 이 원형 지도는 점차 외부의 무언가와 부딪치며, 

 울렁거리며 분화하고, 

 모양을 변화시켜, 그의 모습을 닮아갔다. 




 이제 이것은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자신의 다른 무언가였다. 

 형용할 수 없는 친밀감과 거부감,

 낯섬과 낯익은 감각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는 자신을 만지고 싶었지만,

 그 형상은 고유한 리듬을 따라

미끄러지듯 멀어졌다.













“당신은 사고가 빠르고,

 리듬은 파형이 크고 깊지만... 

 감정은 항상 조금 늦게 도착하네요.” 



 키르케가 오딧세우스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현실을 ‘하나의 시선’으로만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고 믿죠. 

 하지만 당신은 지금, 두 개의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어요.” 





 오딧세우스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단 하나의 선택을 고르는 것을

유예하며 살아온 존재였다. 


 그는 판단 이전의 공간, 

결정되기 전의 리듬 궤도에

오래 머무는 자였다.










그는 묻는다.



 “하지만 왜,

그 결정되지 않은 순간에 오래 머물수록… 

 두려움이 올라오는 걸까요?” 




 키르케는 잠시 침묵하다,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야수의 얼굴을 보기 직전이기 때문이에요.”







그 순간, 정원의 미궁이 스르르 열렸다. 


 오딧세우스의 눈 앞에 펼쳐진 건

 살아 움직이는 미로 —

 그의 기억, 그의 감정,

그의 자기 언어로 이루어진 구조였다. 






 “이건 당신 안의 구조예요. 


 지금부터 당신은

이 미로를 걸으며, 자기가 만든 말, 

자기 감정의 반복 루프,


 그리고 반복되는 사고 프레임과

마주치게 될 거예요.” 





 “이 길을 걷다 보면,

당신의 야수와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건 당신의 고통이자, 보호막이고,

동시에 리듬의 왜곡이죠.”











오딧세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그 감각을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느끼는 숨막힘,

미세한 근육 떨림, 심박의 불균형 — 




 그것은 그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기 전, 

 이미 자기 안에서

반복해온 펄스, 반복되는 루프, 

 그 반복이 그가 되어버린, 그의 리듬의 일부였다. 






 오딧세우스를 닮은 형체가

그의 주변을 맴돌다가, 

 그의 리듬의 빈 공간으로 스며들어

 그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문을 열고,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이 행성과의 조우가 진짜로 시작되었다.





INTO THE 3RD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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