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우스는 언덕을 올랐다.
아니, 끌려오른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책임과 무게를 기억하지 않았고,
그의 리듬은,
더 이상 의식의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
언덕 위,
그는 그것을 보았다.
한 송이의 꽃.
그 꽃은 생명체라기보다
존재의 압축된 응답 같았다.
그 꽃은 지구에도,
우주 어딘가에도
존재하는 생명이 아니었다.
그건 말 이전의 이미지.
리듬 이전의 파장.
내가 누구인지의
가장 오래된 시각적 비유.
그는 꽃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꽃잎에 닿자,
그 안에서 진동이 피어올랐다.
따뜻하고, 미묘한 진동이
그의 팔을 타고 올라와
그의 가슴에 닿았다.
그건 단순한 촉각이 아니었다.
파동이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이것은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아니라,
살아있는 방식이다.'
이건 연결의 감각 또한 아닌,
분리되지 않은 존재성 자체였다.
꽃 중심에서 작은 방울이 맺혔다.
빛의 꿀.
파동의 정수.
말이 되기 전의 의미.
“이건… 뭔가요?”
그가 되뇌듯 물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건 당신이에요.”
키르케의 목소리가
언덕 아래에서 진동처럼 울렸다.
“당신이 통과한 모든 감정과 기억이
이 리듬으로 응결된 거예요.
그걸, 받아들이세요."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손에 담았다.
그 빛나는 방울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건 완전한 중심. 균형.
아무것도 밀려나지 않은 리듬.
그리고, 그것이
그의 손바닥에서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그는 울렸다.
말 없이.
기억 없이.
그저, 울렸다.
그의 발 아래
아이아이아가 흔들렸다.
그의 심장과,
이 세계의 진동이
처음으로, 조율되기 시작했다.
오딧세우스는 언덕에서 내려와
키르케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통과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과거의 패턴에 갇힌 존재가 아니에요.
당신은 스스로를
울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어요.”
오딧세우스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꿀방울의 리듬이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그의 일부가 되었다.
키르케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순간, 아이아이아의 하늘이 밝아졌다.
별들이 더 선명하게 떨리며,
그 진동이 공기 중에 퍼졌다.
“이 행성은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에요.
당신의 도착으로 아이아이아는
다시 우주의 리듬과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아요.”
그녀는 다시
오딧세우스를 바라보았다.
“다음 단계는—
지금, 당신 안에서 울리는 그 리듬을
‘언어’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 언어가, 아이아이아의 새로운 구조가 될 거예요.”
오딧세우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이토록 혼자입니까?”
키르케는 잠시 멈칫했다.
그 질문은 예기치 않은 파동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너무 오래 다른 이의 리듬을
감지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번엔 조율된 음성이 아니라,
조금 흔들린 진짜 말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서로의 울림으로
아주 가볍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럼..."
오딧세우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서로의 리듬을 들어도 되는 건가요?”
키르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들의 리듬이
처음으로 정렬되었다.
그리고 그 리듬 위에,
‘말’이라는 다음 구조가
천천히 짜이기 시작했다.
오딧세우스는
더 이상 미궁 속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을 통과한 그의 존재는,
이제 모든 감각의 표면에 반향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울림을 얻었고,
그 울림은 아직 말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를 바꾸고 있었다.
그 울림은 지금,
말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