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돌아왔다.

 하데스의 어둠을 지나,

잊힌 말들의 지층을 통과한 자. 


 이제 오딧세우스의 손에는,

 말의 궤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리듬 설계 장치, 

헤르메스가 남기고 간 언어 편집기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그의 눈빛은,

떠나기 전보다 더 깊고 고요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는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가의 영역이었다.










궁전의 입구에,

키르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엔 안도와 

어떤 망설임이 동시에 스며 있었다. 





“돌아왔군요.” 





그 말 안에는 

당신이 돌아올 줄 알았다는 믿음과

혹시라도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 사이의 진폭이 숨어 있었다.





 “어땠나요?” 





 오딧세우스는

한 번 깊게 숨을 내쉬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죽은 말들은 그냥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건 구조였고, 감옥이었어요.

회로처럼 반복되고 있었고— 


그 회로가 사람들의 선택, 기억, 

심지어 감정까지도 지배하고 있었어요.”  













키르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딧세우스를 바라보는 눈길에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그래서… 헤르메스가 나타난 거겠죠.”





이어 표정을 바꾸고,

그녀는 말했다. 




“이제 당신은 개인의 여정을 넘어서,

집단의 말 구조를 다시 짜야 해요.”










그때였다. 궁전의 안쪽에서,

짧고 깊은, 낮은 숨소리 같은

진동이 들려왔다.


 으르렁거리는 소리.

 발굽이 미끄러지는 소리.

 그리고, 날개가 벽을 긁는 소리.











 그의 뇌리에

 그 소리가 정확히 연결되었다. 



 아직 구하지 못한 대원들.

 키르케가 만들어낸,

자신의 감정을 덮기 위해

봉인해 둔 존재들. 





그들은 여전히 궁전 어딘가에서…

동물의 모습으로 울고 있었다.











“그들은…”



 오딧세우스는

키르케를 바라보았다. 





 “아직 그대로군요.”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는 한 사람씩 꺼내선 안 돼요. 

그들은 서로의 고통 안에

 서로를 묻고 있었으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말 끝에는 자신에게 하는

고백 같은 울림이 있었다.



오딧세우스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지하에서

보고 배운 것을 떠올렸다. 





 ‘말은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절망은 연결되며 구조를 만들었고, 

고통은 고통을 붙들고 있었지.’ 






 이제 그는 알았다.

그 말들을 다시 울리려면,

이 고통도 함께 울려야 한다는 것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딧세우스의 물음은

 더는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키르케는

이번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바라보다,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오딧세우스는 그녀의 손이,

지금까지 그에게 닿았던 손들과

어딘가 매우 다르다고 느꼈다.

알 수 없는 떨림과 감촉.

하지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한.




오딧세우스의 감상을 뒤로 하고

 그녀는 문을 열었다. 




 “이제는,울려야 해요. 

한 사람씩이 아니라, 

모두의 리듬을 함께.” 







 그녀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에서는 이 여정에서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됐다는 감정이,

미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그가 가야 한다는 것을.





 오딧세우스는

키르케의 눈을 보며 말했다. 






 “같이 갑시다.” 





 그 말에, 

그녀의 눈이 잠시 떨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직은, 말이 아니라

울림이 남는 자리였다. 












그들은 궁전의 가장 깊은 방으로 향했다. 

 

거기서 말들은 다시 설계될 것이고, 

구조는 처음으로 다른 리듬으로 쓰여질 것이다.






INTO THE 3RD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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