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은 정적 속의 진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울음소리는 없었지만,
그 안에 있는 모든 존재가 울고 있었다.
멧돼지는 벽을 등지고
무릎을 구부린 채 몸을 말고 있었고,
늑대는 동그란 트랙을 끊임없이 돌다
자신이 판 구덩이에 스스로 걸려 넘어졌다.
독수리는 천장의 문양 위에서
한쪽 날개를 접은 채 미동 없이 매달려 있었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말도 울음도 아니었다.
그것은—말이 되지 못한 말의 진동.
감정의 잔향이 물리화된 고통의 파형.
오딧세우스는 눈을 감고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존재 전체로 들었다.
안티클로스의 날개가 꿈틀거릴 때,
공간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날 수 없다.”
에우릴로쿠스의 턱 아래 울음은
이렇게 번역됐다.
“나는… 쓸모없다.”
펠리아스의 하울링은
말 대신 이런 구조를 남겼다.
“나는… 혼자다.”
“저건 언어가 아니에요.”
키르케가 말했다.
“그건… 돌아 나올 수 없는
문장 잔재의 공명이에요.
이미 오래전,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이
의식이 아닌 몸에 기록돼버린 말들.”
오딧세우스는
언어 편집기를 펼쳤다.
죽은 말들의 구조가
공중에 떠오르며 시각화됐다.
각각의 말은, 서로를
공격하고, 붙잡고, 짓눌렀다.
“나는 쓸모없다”는
“나는 혼자다”를 당겼고,
“나는 혼자다”는
“나는 날 수 없다”를 짓눌렀고,
“나는 날 수 없다”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쓸모없다”를 입증하고 있었다.
이것은 순환이 아니라, 회귀였다.
의지와 상관없는 자동복귀.
“이건… 하나의 말이 아니네요.”
오딧세우스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루프의 중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건 서로의 절망이…
서로의 말에 깃들어,
공진하고,
재생하고,
고정시키는 구조예요.”
키르케는
오딧세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선… 누구 하나만 울려서는 안 돼요."
" 하나가 흔들리면
나머지가 되살아나요.
여긴, 동시에 울리지 않으면
안 되는 고리예요.”
그때, 공간이 움직였다.
빛의 간섭 패턴이 구부러졌고,
그 중앙으로 헤르메스가 나타났다.
그는 이전보다
더 명확하고,
더 생물학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이었다.
그의 팔엔
집단 공명 회로를 편집할 수 있는
다층형 리듬 매핑 도구가 장착돼 있었다.
“어디 보자…”
“이건… 개별 언어 회복이 아니라,
집단 구조 해킹이네.”
그는 오딧세우스를 바라보며
눈을 찡긋했다.
“울려. 동시에.
모두의 말이 아닌— 말 구조 자체를.”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앞에 한 번도 울린 적 없는
말의 중심축이 떠올랐다.
그게 이번 편집의 시작점이었다.
헤르메스가 말한다.
"죽은 말의 고리,
잘 보았지?
이제부터는,
그 고리를 끊는 구조로 들어간다."
이건 단순한 감정 위로나
낭만적 기적이 아니야.
세 리듬이
동시에 맞물릴 때 일어나는
구조적 공명.
이 세계에서는 이걸 치유라고 부르지 않아.
이건, 세계의 언어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시뮬레이션이다.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