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6 3장
헤타이라의 정원 (3)
페리클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기분이
절대 기분좋게 반한 느낌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명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잠깐 굴러간 심장을 찾아 주워들고,
주섬주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부터요."
"...네?"
"어제 밤부터 흔들렸어요.
아니, 정확히는
당신 이메일 받고부터요."
"아니다.
그 전부터였어요.
첫 댓글 받고부터."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언제나 유약한 듯 보였던
그의 코와 턱선은
본연의 우아함을 드러내며
그녀를 마주했다.
"그럼 아스파시아님...은요?
언제부터 흔들리셨어요?"
아스파시아는 그의 질문을 받고
잠깐 숨이 멈췄다.
'...뭐지?'
페리클레스는
컵을 내려놓고 말을 이어갔다.
"제 영상 보셨죠.
댓글도 다셨고.
영상도 만드셨어요.
저 때문에...맞죠?"
"혹시...
제가 오해한 걸까요...?"
백의 기사와 흑의 여왕이 만나는 좌표,
그 좌표는 바로 백의 폰이 지키고 있는 자리였다.
백의 폰은
아스파시아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3층 바닥의 균열이,
둘 모두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아스파시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라 하지.
그녀에게 의외의 감정이 스쳐갔다.
...귀찮음...?
모든 순간의
최적화와 가치를 확신한다
생각했던 그녀였다.
말을 먼저 꺼낸 건
페리클레스.
"하하... 아닌가요?"
"제가 좀...
착각했었나 봐요."
"근데 차 맛이 정말 특이하네요.
이런 건 처음 마셔봐요."
아스파시아는 미묘하게
계산과 타이밍이 어긋나는
자신의 생각들을 느꼈다.
지금 이 분위기를 끌어가기 위해
지불해야 할 것은...
지금은..
4층에 올라가자고 할까.
아니, 회피같다.
그런데 타이밍은 놓쳤다.
그가 나를 덮어주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지금 저 사람은 날 배려한 건가,
아님 자기가 민망해서
대화를 튼 건가?
어떤 방향이든
지금 내가 차 맛을 말할 때는 아니다.
페리클레스가
다시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위에는 뭔가요?"
아스파시아는 갑자기
모든 게 싫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세운 모든 계획들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녀는 무거운 입술을 열어
마지못해 답했다.
그녀가 혐오하는 내부자들만의
지적 단어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저기도 카페 공간이에요.
그리스 이오니아 양식을
비틀어 만든 기둥인데,
페리클레스님도 느끼셨겠지만,
고대 그리스 분위기 나죠?"
그녀는 말하면서 정신을 되찾았다.
그리스...
그리스 관광 가이드....
우선 여기 꽂자.
"저 기둥은 재생 플라스틱 조각
모자이크로 만들어져 있어요.
버려진 PET, 포장지, 고철류 조각을
압축해 만든 기둥이래요."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고
그에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번 올라가 볼까요.?
저 기둥에 새겨진 문구가
인상적이에요."
Aspasia가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계단을 가리켰다.
"가시죠."
페리클레스는 일어났다.
'내가... 먼저 올라가는 게 맞나?'
하지만
그는 이미 걷고 있었다.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Aspasia가 천천히 따라왔다.
그녀는
마음 속 궁시렁거림의 실타래와
완벽한 안내양 빙의모드 사이에서
약간 피곤해진 채
다음 페리클레스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뒤가 나았다.
Aspasia가 4층에 올라섰다.
그녀는 기둥 하나에 기댔다.
"어때요?"
"뭐가요?"
"여기서 보는 풍경."
페리클레스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다 보이네요."
"그렇죠."
Aspasia가 말했다.
"이 공간은
유명한 건축가가 만들었어요.
모든 뷰와 소재, 공간에 의미가 있어요."
그녀가 잠시 멈췄다.
"이곳은 나도 잘 보이지만,
내가 모두에게 보이는 자리이기도 해요."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봤다.
"무슨 뜻입니까?"
"당신이 여기 서면,
아래 사람들도 당신을 봐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여기가 바로 그 경계예요.
보는 자이면서 동시에 보이는 자.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영향을 받는 자리."
페리클레스는
기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럼... 아스파시아님은
어디를 더 좋아하세요?"
Aspasia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저는요..."
그녀는 3층을 가리켰다.
"보통 3층에 있어요."
"왜죠?"
"거기가 제일 편해서요."
"편하다고요?
아까 흔들리는 자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맞아요."
그녀가 웃었다.
"흔들리는 게 편한 거예요."
페리클레스는 이해가 안 갔다.
"...어떻게 흔들리는 게
편할 수 있습니까?"
"고정되지 않으니까요."
Aspasia가 말했다.
"4층에 서면,
당신은 '이 자리'에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보니까. 기대하니까.
하지만 3층에 있으면..."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여기도 갈 수 있고,
저기도 갈 수 있어요.
아무도 제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페리클레스는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흔들리는 게 편하다...'
"그럼 당신은..."
그가 물었다.
"사람들 앞에
서기 싫은 겁니까?"
Aspasia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서기 싫은 게 아니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말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나왔다.
하나는 페리클레스에게,
한 갈래는 입 안에서
가슴 쪽으로 경로를 틀어
아스파시아의 가슴께,
그녀의 자존심을 휘감기 시작했다.
가시덩굴처럼.
"서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안봐주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무슨 차이입니까?"
"큰 차이죠."
'나도 몰라 ㅆㅂ
그래서 너 만나러 왔잖아'
그녀가 웃었다.
"당신은 4층에 서서
사람들에게 말을 해요.
'이게 옳아요',
'이렇게 하세요',
'저를 믿으세요'.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봐요.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는요..."
Aspasia가
그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그에게 가까워지자,
아스파시아의 몸 안에서
울렁- 하는 느낌이
미세한 현기증과 함께 올라왔다.
마치 식욕같은.
그녀의 안에서
잠시 핀라이트가 켜졌다.
"당신은 여기서
내려올 수 없다는 거예요."
페리클레스는 숨이 막혔다.
"...뭐라고요?"
"한 번 4층에 서면,
당신은 계속 거기 서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지켜보니까.
내려오면 배신이 되니까."
"그 시선에 바느질이 되어
이 층에 박혀 버리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눈을 봤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남자의 시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뷰를 알고 있다.
속눈썹 연장술 후 몇 번이고
이 각도를 찍어 두었으니까.
"그래서 저는
잠시 물러서 있는 거예요."
미처 입을 통과하지 못한 생각의 덩굴은
비죽비죽 날카로운 글자가 솟은 채
아스파시아의 가슴을 더욱 세게 조였다.
'아니야 못 올라간 거야.'
"아무도 제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저는 자유로워요."
'어쩔 수 없이 얻게 된 수동적 자유는...
내 모든 걸 얹어주고서도 팔아치울 수 있어'
아스파시아는 덩굴을 털어내고
바로 페리클레스에게 질문한다.
"지금,
뭐 생각하세요?"
Aspasia의 목소리.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짓말이네요."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페리클레스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최적화를 되찾은 아스파시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찍었어요."
'병신 알긴 뭘 알아.'
INTO THE 6TH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