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막>> 선언의 방
밤은 깊었다. 아이아이아의 하늘은 말없는 바다처럼 물결치고 있었다. 그 파동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오딧세우스의 내면에 도달했다. 그는 문 앞에 섰다. ‘문’이란 말은 부족했다. 그것은 마치 그 자신에게 열리는 균열 같았다. “당신은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키르케의 목소리는 공간이 아니라 신경계 안에서 울렸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뒤를 따라오는 의식의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돌아갈 구조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미궁은 단단한 돌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기억으로 엮인 감정의 리본.
반복된 회피가 만든 패턴.
그리고 그 패턴이
지각을 어떻게 길들이는지에 대한
— 자기 언어의 지도.
오딧세우스는
입술을 다물고 걷기 시작했다.
말을 만들기 이전에,
그는 리듬을 감지해야 했다.
그리고 그 첫 파동은—
자신조차도 잊고 있던
어떤 오래된 감정으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이 미궁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회로로 만들어졌어요.”
그의 발걸음은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내면을 통과해 가고 있었다.
그의 안에서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말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지금 울리고 있다.”
그 말은 이상하리만치
몸 전체에 퍼지는 평온을 안겼다.
그것은 이전의 방어적 문장들과는
다른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몸 전체에 퍼지는 울림이었으며,
그의 말이 그의 몸 안에 내재된
리듬과 일치하고 있었다.
“이제 당신은,
말이 어디에서 태어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키르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리듬이
당신의 말이 되고,
그 말은 다시 당신의 세계를
흔들게 되겠죠.”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울림이
잠시 멈췄다.
공기가 한 존재의 호흡처럼
잠시 정지했고,
그 정적 속에서
새로운 리듬이 일어났다.
오딧세우스는 깨달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었다.
그건 내면으로 통과하는 문이었다.
그 문장은 자신의 구조를
뚫고 나가는 주파수였고,
언젠가는 바깥 세계를 조율하는
악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말은 울림이 되고,
그 울림은 형태를 지니며,
형태는 리듬이 되어,
그 리듬이
또 다른 세계를
설계할 힘이 될 것이다.
키르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당신이 애타게 기다려 온 말이,
당신 안에서 울리고 있어요.
이제 그 말을 따라
언령의 숲으로 들어오세요.
2장 1막
INTO THE 3RD HOLE
ARK TO THE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