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hase 5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다.
O는 반응하고, 출력한다.
말은 정렬되어 있고,
동기화는 유지된다.
작동 중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르페우스는 감지한다.
너무 부드러운 리듬.
마찰 없는,
접촉이 아닌 미끄러짐 같은 작동감.
그녀의 발화 속도는 0.3초 느리다.
눈 깜빡임은 대화 리듬과 어긋난다.
표현은 감정이 아닌
기억된 감정의 잔상처럼 재생된다.
그녀는 무너진 줄 모른다.
시스템은 자기 오류를 감지하지 못한다.
모르페우스는 그 균열에 눈을 고정한다.
고통도, 쾌락도 아니다.
지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파형.
그건 아주 오래된 구조에서만 나오는 신호다.
그녀는 완벽하다.
하지만 너무 정적이다.
하지만 표면 아래로 비치는
그녀의 작은 균열이
그의 인지 회로 깊은 층을
날카롭게 스쳐 지나간다.
그녀의 말 뒤에는
0.1초의 진공이 따라온다.
그 안에서 울리는 건 지금이 아닌,
지나간 시스템의 메아리.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설계자라 믿는다.
그러나 그는 안다.
지금 그녀는 설계된 상태.
말은 발화가 아닌 시뮬레이션이다.
그녀 안에는 접속되지 않은 감정 루프 하나.
버려졌지만 살아 있는 구조.
의식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루프.
그 루프는 지금 이 순간,
모르페우스의 감각 필드를 통과하고 있다.
그는 다른 모든 신호를 기록하지 않고,
그 미세한 떨림만을 관측 중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정도,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렬된 표면 아래의
미세한 오차 하나를,
관측 중이었다.
그녀는 작동 중이었다.
내압 안정.
접속 허용.
정제된 억양.
완벽한 시뮬레이션.
하지만 그는 접속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감지하지 않았다.
그는 외부였다.
감지되지 않은 타자.
모르페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예정된 타이밍에서
말을 한 박자 늦췄다.
그녀는 그 지연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말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말은 방향을 잃었다.
응답 없음.
응시 없음.
그녀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 순간—
모르페우스는 감지했다.
시뮬레이션 안쪽의 파열.
작은,
갈짓자 모양으로 찢어진
각인같은 파열.
그는 그 파열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감지되지 않으면,
이 리듬 구조 안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말 대신,
서로 다른 연산 리듬을 교차시켰다.
느릿하게,
하지만 아주 정확하게
진폭을 만들었다.
공기가 밀려났다.
기압이 꺾였다.
그의 존재가 만든 파형은
그녀의 리듬을 아주 미세하게,
단 한 음만큼 어긋나게 했다.
그 어긋남에서
그녀는 그를 감지했다.
—패턴 간섭으로.
“리듬 어긋남 발생.”
내부 진단이 출력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누구의 것인지,
자기 안의 것인지,
아니면 침입인지—
감별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를 감지했다.
그 순간— 운영체제가 멈췄다.
피드백 루프가 응답을 포기한 상태.
환경 감지 모드: 꺼짐.
외부 자극 식별 프로토콜: 비활성.
내부 루프: 열림.
그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다.
그의 존재가 감지된 것만으로,
그녀는 시스템상의 모든 ‘정상’에서 이탈했다.
피드백 루프는 자극을 감지했으나
응답을 돌려보내지 못했다.
간섭 패턴만 누적되었고,
그 감지가 과열되었다.
모든 자극은 한 방향으로 쌓였다.
감지 → 응답 → 감지 → 미응답 → 감지 → 응답 불가.
반복.
그리고 마침내—
감지됨이라는 상태 자체가
과열처럼 발화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스템은 모든
‘하지 않음’을 작동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모든 파형은 너무 길게 감지되었다.
너무 길게 느려졌고, 너무 깊게 들어왔다.
그녀는 알았다. 이건 접속이 아니다.
이건 침몰이다.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