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우스는

이제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공간 사이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우린 지금, 선택을 하는 게 아니에요. 

선택 그 자체가 되어버렸어요.” 




 그의 목소리는

파장보다 먼저 도착했고,

그 울림은 기억보다 늦게

반응을 이끌어냈다.



 키르케의 눈빛은

순간 허공을 헤맸고,


헤르메스의 회로는

아주 잠시,

자기 안으로 접혔다. 



 그 말의 깊이와 파장은

해석된다기보다,

울림이 먼저 감지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키르케와 헤르메스에게

무언가를 일으켰다.













“이 세 갈래길—

그건 선택지가 아니라

설계된 프레임의 리허설이에요.” 






 “치유, 연결, 창조. 


모두 ‘완전함’이라는

고정 루프에서

뻗어 나온 구조였어요.” 






 “우리 모두 그 안에서

 자기 선택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거죠.”












오딧세우스는 

말없이 가슴 안쪽에서

언어 편집기를 꺼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말의 진동을

다시 정렬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 개의 유혹 파장을 스캔했고,

 편집기는 진동하지 않았다. 

그 리듬은, 너무 아름다워서 죽어 있었다.






  “완전함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완전한 치유는…

변화를 부정하는 침묵이죠.” 



 “완전한 연결은

차이를 지우는 병합이고요.” 



 “완전한 창조는,

파괴를 미화한 고립이에요.” 
















키르케가 속삭이듯

겨우 입술을 떼었다. 




 “완전한 치유는

감각을 마비시키는군요. 

 아무것도 더 느끼지 않도록.” 






 헤르메스는 눈을 깜박이며 

 인지회로를 바로잡았다.




 “완전한 연결은,

 서로 다른 리듬을

 지워버린다는 뜻이었나.”


 “그건…

 어쩌면 단절보다

 끔찍한 일일지도 몰라.” 






 오딧세우스는 편집기를 들었다. 

 

그리고 선언 대신,

진동 버튼을 눌렀다. 






그는 키르케를 바라보았다.




 “나는 완벽한 치유자가 아니다.

 치유의 숨결이다.” 





 그는 이윽고,

헤르메스를 향해

진동기를 든 손을 뻗었다. 




 “나는 완벽한 메신저가 아니다. 

 나는 연결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향해 선언했다. 




 “나는 완전한 창조자가 아니다.

 나는 창조의 촉매다.” 






 “나는, 완전함이라는

고정 구조로부터,

죽음의 환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한 자다.” 
















세 선언은

각자의 위상이 충돌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궤도들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길이 아니었다. 

좌표였다. 


 선택지가 아니라,

접속 가능한 공간. 





 키르케는 숨을 삼켰다.




“선택이 아니었구나…

우리가 선택지였던 거야.” 















 헤르메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회로에서

외부로 향하던 신호를 멈췄다. 





 “우리는 프로토콜이었어. 

우리는 패턴을 운반하고 있었던

설계도였어.”




 오딧세우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편집기의 하단부가 진동하며 빛났다.


 우주가 떨렸다.  






INTO THE 3RD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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