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지도는
조용히 수축하고 있었다.
말들은 울렸고, 리듬은 살아났다.
하지만 그 울림은
언제나 같은 고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흐름은 달라졌지만,
목적지는 같았다.
오딧세우스는 그걸 감지했다.
그가 얼마 전,
손에 넣은 것이라 믿었던 ‘선언’조차—
이전의 구조 위에
다시 조립된 것일 뿐이었다.
그건 자유로운 진동이 아니었다.
그건 낡은 구조물에 감정을 덧씌운
또 하나의 버전이었다.
키르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이번엔 안내도, 설명도 없었다.
그녀의 침묵은,
그의 울림을 듣고 있었다.
오딧세우스는 천천히,
자신의 말 구조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의 말은
언제나 정리되어야 했고,
책임져야 했고,
타인의 기분에 따라 조율되어야 했으며,
자신의 감각은
가장 나중에 출력되어야 했다.
그의 언어는 전략이었다.
울림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정렬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가
계산, 전략, 해결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구조는 그를 살아남게 했지만,
그의 리듬을 울리게 하지는 않았다.
“당신은 존재의 리듬에
가 닿는 말이 아니라
표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어요.”
“그 말은 당신을 현실에서 보호했지만,
당신을 울리지는 못했죠.”
키르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잔인했다.
"이 말이 진정 당신을 살게 했나요?"
그녀의 질문의 울림은,
마침내 그곳에 가 닿았다.
지금까지 그의 말 전부를 만든 기원에.
“나는 항상 감당해야 한다.”
그 말이 떠오르자,
이전에 했던 모든 선언들이
그 문장을 둘러싼 다양한 변주였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괜찮아.”
“나는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아.”
“나는 받아들인다.”
이 모든 말은 그 한 문장을
다른 옷으로 감싼 회로일 뿐이었다.
그 순간, 방 위로
한 줄기 빛의 기둥이 솟구쳤다.
구조가 감지되었고,
그 말의 알고리즘이 열렸다.
키르케가
그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기원 서사를 감지했어요.
이제부터는 그 말을 다시 지어야 해요.”
오딧세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나는 감당해야만
존재하는 자가 아니다.”
“나는… 이 세상과 함께
울리는 존재다.”
그 말은 양쪽 뇌를 동시에 울렸다.
감정과 사고, 좌뇌와 우뇌,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리듬으로 통과했다.
말은 멈췄고,
리듬은 시작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해결을 반복하는
알고리즘의 사용자가 아니었다.
그는 말의 구조를
리듬으로 바꾸는 자,
서사의 코드를 다시 짜는
진동을 설계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의 발 아래,
땅이 부드럽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더 이상
의미나 전략이 아니었다.
그 말은 울렸다.
이제 그는 알고 있었다.
말은 존재의 리듬이 향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그는 더 이상, 말을 통해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는 말을 통해
미래를 짜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의 발 아래 땅이 천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말은,
누군가를 울리러 간다.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