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지구의 마지막 날들
오딧세우스 테일러는
2187년, 지구에서 태어났다.
그의 세대는
지구의 무력한 종말을 지켜보는
마지막 세대였다.
대기는 여전히 존재했고,
바다는 여전히 물결쳤으나,
모든 것은 약속된 소멸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류의 90%는
이미 초기 콜로니들로
이주해 있었고,
남은 이들은 마지막 관리인이라 불렸다.
오딧세우스의 부모님은
신경언어학자와 양자역학 엔지니어였다.
그들은 최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인간 의식의 구조를
완전히 해독하면,"
그의 어머니 이리나 테일러는
어린 오딧세우스에게 종종 말했다.
"우리는 단지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의 아버지 제임스 테일러는 덧붙였다.
"우주는 코드야, 아들아.
그리고 그 코드는
의식과 물질 사이의 언어로 쓰여 있지.”
오딧세우스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그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밤,
그의 부모님이 참여하던 연구 기지에서
준-현실 붕괴가 발생했다.
공식 기록은
‘국지적 양자역학적 이상현상’이라고
명명했지만,
살아남은 목격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뭔가를 열었어…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데려갔어…”
오딧세우스의 부모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몸도, 의식도, 양자 서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이 현실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 같았다.
그날 밤, 오딧세우스는
처음으로 그 꿈을 꾸었다.
짙은 청색 안개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이름 없는 리듬.
그리고 좌표.
그는 그 사건에 대해,
그 기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도, 진위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무슨 감정을, 무슨 말을 붙여야 할 지 몰랐지만
대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에서 무력하게 펄떡이고 있었다.
그는 그 감정을
소리 없는 진공처럼 꾹 삼키고,
다시 한 번 조용히 삼켰다.
그 진공은 그의 세계의 울림을 삼키고,
이어서 그 감정 자신마저 집어삼켰다.
고아가 된 오딧세우스는
지구 최후의 학술 기관 중 하나인
아테네 신경언어학 아카데미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그는
Magnus Hale 교수를 만났다.
아카데미의 수석 교수였던 그는 말했다.
“네 부모님은 실패한 게 아니야.
그들은 너무 빨리 성공했어.”
Hale 교수는 오딧세우스에게
독특한 교육을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식의 구조화된 언어’였다.
“인간의 뇌는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
패턴을 만들어.
그 패턴들이 언어야."
"하지만 진정한 언어는 말이 아니야.
그것은 의식 자체의 구조지.”
Hale 교수의 가르침 아래,
오딧세우스는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그는 단순히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의식을 구조화하는 방식 자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딧세우스가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
지구의 마지막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프로젝트 오디세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선들이
아직 탐사되지 않은 우주의
먼 구석을 향해 떠나는 임무.
오딧세우스는 지원했다.
선발 과정에서
그의 독특한 능력이 드러났다.
그는 단순한 우주 항해사가 아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패턴들을,
다른 이들이 그저 소음으로만 듣는 신호들을
해석할 수 있었다.
“테일러, 당신은 특이점이오.”
선발 위원장이 말했다.
“당신은 단순히 우주를 읽는 게 아니라,
그것과 대화할 수 있소.”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위원이 물었다.
"왜 떠나려 하나요?
당신은 마지막 지구인 중
한 명이 될 수 있어요.”
오딧세우스는 대답했다.
“저는 답을 찾아야 합니다.”
"무슨 답인가요?”
"제 꿈이 말하는 것…
그리고 제 부모님이 발견한 것…”
선장으로 선발된 후,
오딧세우스는 오딧세이 9호의 준비를 감독했다.
그것은 단순한 우주선이 아니었다.
인간 의식의 확장이었다.
출항 전날 밤,
그는 다시 한번 그 꿈을 꾸었다.
짙은 청색 안개.
형용하기 힘든 기운,
혹은 움직임,
혹은 리듬.
그리고 이번에는, 희미한 형체.
“나는 당신을 기다려왔어요…”
그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의 부모님이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이제 당신이 그 문을 통과할 거예요…”
오딧세우스는 꿈에서 깨어나,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작은 노트를 집어들어 좌표를 적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어딘가,
아주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말이
자신에게 아직 울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딧세이 9호의 출항일,
지구는 조용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삶에 몰두해 있었고,
우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배는
그저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Hale 교수만이 발사대에 왔다.
“네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는 오딧세우스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무슨 의미입니까, 교수님?”
그는 미소를 지었다.
“너의 부모님은 사라진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무언가가 되었어.
그리고 네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때,
너도 그렇게 되겠지.”
“그게 무슨 뜻이죠?”
“너는 지금 답을 원하겠지만,
이건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한테만 들릴 수 있는 방식으로 울릴 거야.
그 순간이 오면…
넌 네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지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오딧세우스는 자신의 개인실로 돌아왔다.
그는 노트에 적혀 있는 좌표를
우주선의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 좌표는 알려진 어떤 항성계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말했다.
“저장해,”
오딧세우스가 명령했다.
“언젠가 우리는 그 곳으로 갈 거야.”
그날 밤,
그는 다시 꿈을 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른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그 얼굴을 보았다.
“내 이름은 키르케예요,”
그녀가 말했다.
“나에게 와요, 오딧세우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언어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지,
의식이 어떻게 현실을 짜는지.”
“당신은… 제 부모님을 알고 있나요?”
그가 물었다.
“그들은 이제 다른 무언가가 되었어요.”
키르케가 대답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될 거예요."
"하지만 먼저,
당신은 나를 찾아야 해요.
아이아이아에서.”
오딧세우스는 깨어났다.
손목의 뉴로 인터페이스가 깜박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좌표를 업데이트했다.
XR-42 성운. 아이아이아.
그리고 그 곳에서,
언어와 의식의 새로운 구조를 발견할
그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