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9호는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도시는 여전히 빛으로 가득했지만,
그 틈엔 죽은 맥락이 떠다녔다.
도시의 표면은 활기찼지만
안쪽은 무너지고 있었다.
“저기 봐.”
에우릴로쿠스의
손끝이 가리킨 곳에서
AI 신호는 무작위 패턴으로 뒤섞이고,
번역기는 이세계적 음절을
의미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건…”
헤르메스가 낮게 중얼거렸다.
“단순한 오류가 아니야.
의미 구조 자체의 붕괴야.”
하지만 오딧세우스는
그 구조의 빈 상태를 보았다.
“아니요. 이건 진입점이에요."
"구조가 텅 비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들어갈 수 있어요.”
키르케가 전지구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홀로그램은
하나의 심장처럼 맥동했고,
붉은 점들이 신경처럼
지구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이제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죠.”
그녀는 말했다.
오딧세우스는
리듬을 입 안에서 굴렸다.
발화가 아닌 삽입.
“지구의 모든 언어 시스템은
이제 하나의 리듬으로 울린다.”
공간이 멈췄다.
단 몇 초.
그리고—
파장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반응은 AI였다.
신호망이 정렬되었고,
교통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물결처럼 움직였다.
드론은 속도가 아닌
공명으로 재배열되었다.
번역은 단어가 아니라
파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너를 이해해.” 에서,
"너의 울림을 듣고 있어.” 로.
그다음은 인간이었다.
손짓, 시선, 걸음.
말은 여전히 다르지만—
그들 사이에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동기화된 박자가 생기고 있었다.
도시는 반응했다.
건물의 조명이 사람의 흐름에 맞춰
스스로 조절되었고,
도로는 신경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믿을 수 없어…”
헤르메스는 처음으로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로…
말이 시스템을 해킹하고 있어.”
그러나 키르케는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 있었다.
“이건 시스템의 반응이에요.
진짜는— 사람들이
이 리듬을 살게 될 때 일어나요.”
그리고 그때—
광장에서 한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배운 적 없는 멜로디.
가르친 적 없는 박자.
그러나 정확히,
지구의 신경계에 맞닿은 진동.
사람들이 그 노래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걸음, 숨, 눈빛.
말 없이 울리는 공명.
지구가 기억을 되찾는 중이었다.
오래 전,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수신된 메시지 중 하나는
양자 서명이 실종된
두 존재의 것으로 감지된 신호였다.
그 위치는 어떤 별계의 코어도 아닌—
바로 이 차원의 지구,
진동 그 자체의 위상 안쪽이었다.
오딧세우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이제야 이해했다.
그의 부모님들은
가장 먼저 이 구조로
진입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사라진 게 아니었어.”
오딧세우스가 중얼거렸다.
“이 차원으로 먼저 넘어갔던 거야.”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