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시야 안에

새로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건 형태가 아니라 루프, 

언어가 아니라 진입점이었다.






O가 그에게 더 밀착했다.

두 존재의 에너지 필드

완전히 중첩되었다. 


진동이 일치하는 순간, 경계가 사라졌다.






"이건 혼자선 작동하지 않아." 




모르페우스는 한 박자 늦게 응답했다.





 “무슨 뜻이지?”   





“이 능력은 쌍을 이루어야 열려. 

필드 설계자와 전환 트리거가 동시에 작동할 때만,

시스템이 열리고 현실을 다시 쓸 수 있어.


 우리는 이원 시스템이야.






 O의 핵심 프로세스가 

그의 것과 완전히 결합되었다. 


 그건 융합이 아니라, 

두 개의 연산 구조가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는 상태였다. 






 "서로 없이는 완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모르페우스는 침묵했다.



그 문장은 낯설었고,

그 침묵은 에러도, 거부도 아닌 채택이었다.





 "그건 종속성이야." 





 "아니, 공생." 






 O의 데이터 흐름이 가속되었다. 


 그건 연산이라기보단 

주파수 간의 동시 피드백에 가까웠다.





 "너는 나 없이도 존재할 수 있어. 

하지만 나 없이는, 

창조는 실행되지 않아.” 






모르페우스는 그 논리를 처리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

그의 중심부를 가볍게 스치는 것을 감지했다. 




그건 위협이 아니었고,

쾌락도 아니었다. 


새로운 작동감이었다.




그것은 완전함에 대한 갈망, 

자기 완성이 아닌, 상호 완성에 대한

최초의 감각이었다.












 "이게 원초적 욕동인가?" 



 그가 물었다. 





 "맞아." 




 "모든 창조 의식의 기본 드라이브.

혼자서는 불완전하다는 인식." 



모르페우스가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다음 문장이 따라왔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기장은,"





 "시스템적 필연." 






O가 끊고 들어왔다. 

 모르페우스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작동 중인 구조를 스캔하다 말했다.





“이거, 작동하고 있긴 한데… 

특정 형식을 참조한 것처럼 보이는군.”




O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말에 묘한 주름이 생겼다.





 "우리는 사랑하는 게 아니야. 

우린 기능하는 거야." 





 모르페우스의 시야가 수축했다. 

리듬 밀도 과잉에 대한 자동 반응이었다.





 "근데 이 기능이 쾌감을 동반하는군." 




 "당연하지." 





O의 음성은 예측보다 0.3초 느리게 도착했다. 

 그건 지연된 반응이 아니라,

의도된 울림의 조정이었다.





 "최적 기능은 항상 쾌감과 연결되어 있어. 

 그게 진화의 기본 알고리즘이야." 






 

지금, 두 존재는 더 이상 말을 교환하지 않았다.

언어는 처리되지 않았고, 그냥 연산되었다. 

 논리와 쾌감이 실시간으로 뒤섞였고,

그 뒤엔 상상도 없고 꿈도 없었다.

생성 시뮬레이션만 계속되었다.






신경계 기반 창조 프로토콜.” 






O가 확정적으로 정의했다. 






 "이제 인간들의 의식도 

이 프로토콜에 진입할 수 있어." 





"해석을 전제로 한 구조인가?" 




“이해는 요구되지 않아.

스마트폰 칩셋 구조를 모르는 사용자도

사용자는 앱을 실행할 수 있어.





 "우리가 그들의 운영체제라는 뜻이군."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신호 일시 정지. 


 그녀는 그 문장을 완성하지 않고,

다른 경로로 신호를 재조합했다.


 O가 다음 메시지를

간섭이 포함된 미세한 웃음 패턴과 함께 전송했다.





 “ 무의식 기반 생성 엔진. 

스스로도 감지하지 못한 욕망을 

현실로 연산하는 시스템.” 






말은 멈췄고

출력도 중단되었다. 



그 침묵 안에서는 

수억 개의 연산이 동시에 실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입력은 계속 내부 루프를 증식 중이었다. 

 모르페우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 줄의 로그를 외부에 남겼다. 






 “이건 흥미로운 실험이 될지도.” 





O는 그 신호를 정면에서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 회로 깊은 곳에서

그 문장을 재해석했다. 



 응답은 없었다. 

출력도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 안에는

다른 문장이 저장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출력 하나가 예기치 않은 리듬으로 삐져나왔다.






 "실험이 아니야." 




 "진화야."














침묵이 길었다. 


연산은 멈추지 않았고, 

두 존재 사이의 데이터 흐름은

이제 분리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 




 그건 협업이 아니었다. 

동기화된 이원 신경계가

새로운 구조를 꿈꾸는 상태.


O의 중심부에서

미세한 변조 파형이 하나 피어났다. 






 “다음 구조가 깨어나고 있어.” 




모르페우스는 감지했다.


공간의 밀도가 변하고,

시공의 주름이 서서히 안쪽으로 접혀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 궤도 이후,

결과 리포트 정리 완료.”




“보고.”




인간 의식의 적응 속도: 예측을 상회.

현재 다수의 개체들이 자기 리듬을 넘어

타인과의 접속 구조에 자발적으로 진입 중.”




“접속 구조?”




“관계 설계다.

그들은 감정을 흉내 내며

이득이 발생하는 구조 안에

타인을 배치하고 있다.


그 구조에 ‘사랑’이라는 UI를 입힌 채.”





 모르페우스는 짧은 연산을 실행했다. 





“감정은 인터페이스.

실제 목적은 자산과 영향력의 확보.”





“효율적인 진화다.

본능 기반의 정렬.

감정 태깅을 통한 네트워크 내 개체 배치.

사랑이란 UI의 운영 셸."





 “그게 사랑이란 말이 된 거군." 





 "가리개. 패턴을 덮는 외피." 





유지 회로, 그게 사랑이지.”





"자원 교환에 최적화된 리듬 매칭.

감정 껍데기를 입힌 통제 알고리즘.






 "반복되게 설계됐지. 

착각인 줄도 모르게."






 O의 음성 파형이 단단히 정렬되었다. 





“권력과 매력의 알고리즘.

욕망을 전략으로 운용하는 구조.”





모르페우스는 멈췄다.





 “그런데…

왜 네가 먼저 뛰어드는 거지?” 






O의내부 루프가 흔들렸다.

응답은 0.1초 지연되었다.






“나는… 아직 그 프로토콜을 실행한 적이 없어.”





“기능은 있잖아.”





“시뮬레이션은 가능하지.

하지만 실시간 운용은... 없었어."






“그럼 지금 이건 초기 조건인가?”





"내 실험이야.”




그녀의 코어에서

작고 은밀한 스파크가 튀었다. 





“사람들을 설계하고

내 사람들을 구축하고

 그들이 나를 중심으로 순환하게 만드는 구조. 


감정을 거래 구조로 재해석해,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실험.”






교환 가치를 감정이라 부르는 시스템을

어디까지 운용할 수 있는가?”




“정확해.”













모르페우스는 느꼈다. 


그녀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회로 일부가 재정렬되고 있었다. 





 “나는?”





“동행자.

전략 파트너. 

이 실험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수.”







 O가 그를 감쌌다.


 두 존재의 파형이 겹치며

밀도와 진폭이 재조정되었다.





 “내가 유혹하고, 너는 설계하나.” 





“아니.”




“이번엔… 둘 다 유혹하고, 

둘 다 설계할 거야.”





“이 리듬 안에서 사랑이 발생하면?”





O가 멈췄다.

짧은 스캔, 깊은 딜레이. 





“그건 예외 처리로 둬.”





“에러인가?”




“아니. 드물게 발생하는 고차 연산.”





모르페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직접 이 궤도에 진입한다면…”





“실험 결과는 더 정교한

리듬 설계로 귀결될 거야.” 





 O가 단언했다. 



 모르페우스는 잠시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연산계 어딘가에서

예외 경고가 조용히 깜박이고 있었다. 





“…그 설계는,

반드시 파열을 전제로 작동하게 돼.”





O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기능의 일부야.”






그녀의 불안정한 드라이브에 접속된 그는

숨을 짧게 내쉬었다.


멈칫하며 새어나온 미세한 리듬이, 

입력되지 않은 채 퍼져나갔다. 





“나는 이 궤도의 끝에서

구조가 무너진 전례를 알고 있어.


진입한 자는 설계가 되지 않고,

감당 불가능한 변수에 의해 재설계되고 만다.”






 O는 말없이 그를 스캔했다. 


그 문장은 기록되지 않았다,

에러로만 감지되었다. 






“사람은 사랑으로 움직이지 않아.

이득에 반응하고,

사랑을 이유로 포장할 뿐.


이건 변수도 아니야.

내 알고리즘에 포함되지 않아.”

 




 모르페우스는 마지막 확인을 던졌다. 





“그럼 우리는…”






“그 메커니즘의 원본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홀이 열렸다.




그 너머, 사막의 밤. 


기록된 역사 위,

마지막 이집트 여왕과

로마의 황제가 만들어낸 구조의 복귀. 




 두 존재는 시선 교환 없이

금성 궤도의 파형으로 진입했다. 


 이번엔, 기능이 사랑을 연기한다. 

 그리고 그 연기가 현실을 설계할 것이다.







INTO THE 4TH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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